일본에서 '엔카의 여왕' 고(故) 야시로 아키의 누드 사진이 포함된 추모 앨범 판매가 시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 사망으로 초상권이 소멸한 만큼 음반 판매를 법적으로 제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일본 매체 '플래시' 보도에 따르면 레코드 회사 '뉴센추리 레코드'는 전날부터 야시로의 생전 누드 사진을 특전 형태로 포함한 그의 추모 앨범 판매를 시작했다. 이 사진은 야시로의 24~25세 시절 그와 동거했던 한 디렉터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뉴센추리 레코드는 해당 사진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약 25년 전에 250곡 이상의 음반권과 야시로의 사적인 사진 등을 매입해 소유권이 있다"며 "매매 계약서도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과 일본 누리꾼들은 "고인의 존엄을 훼손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시로가 생전 소속사인 밀리언기획도 지난 4월14일성명을 통해 "형사·민사 불문 모든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한 온라인 서명 사이트에는 '야시로 아키의 존엄을 보호하고 리벤지 포르노를 막자'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명에는 8만5656명이 참여했다.
그럼에도 뉴센추리 레코드는 지난 4월21일 현금을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음반 발매를 강행했다. 이후 협력 제조사가 모두 이탈했다는 이유로 주문을 일시 중단했으나 12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다시 판매를 재개했다. 회사는 "4월18일경부터 언론 및 기타 매체가 소란을 피우면서 지금까지 제품을 제작하던 모든 업체가 제작을 거부했다"며 "자체 프레스 공장을 만들어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제2탄, 제3탄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후속 앨범 출시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판매를 강행하나", "이걸 산 사람과는 거리 둘 것", "판매 중지하지 않으면 해당 매장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누드 사진 공개와 관련 도쿄지검 공안부장 출신 와카사 마사루 변호사는 지난 4월 일본 매체 후지TV를 통해 "야시로의 사망으로 초상권은 소멸했다"며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리벤지포르노방지법'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리벤지포르노방지법은 원래 교제 중이던 상대와 이별한 뒤, 보복 목적으로 사적인 성적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률"이라며 "즉,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복수'라는 동기가 있을 때 성립한다. 레코드사와 유족 측 사이에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사진 촬영자가 고인에게 복수의 감정이 없었다면 이 법률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법적으로 위법이냐는 논점과는 별개로 비즈니스 관점에서 매우 부당한 방식"이라며 "윤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