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과 휴가의 경계를 허무는 '블레저(Bleisure)'가 새로운 직장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블레저'는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를 결합한 용어로, 업무와 여가를 병행하며 더 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해 출장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블렌디드 트레블(Blended Travel) 또는 블레저라고 불리는 젊은층의 일하는 방식 트렌드에 주목하며 "출장 중 개인적인 즐거움까지 추구하는 이 방식은, 재택근무 확산과 워라밸에 대한 관심 증가와 맞물리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레저 유형은 ▲출장 일정 전후로 개인 휴가를 붙이는 방식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해 퇴근 후 여가 활동을 함께하는 방식 ▲출장 이후에도 현지에 머물며 원격근무를 이어가는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다.
호텔체인 크라운 플라자가 시장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전 세계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출장에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하고 싶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출장에 지인을 동행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특히 응답자 5명 중 1명은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고 누군가를 동행시킨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브라이언은 "2017년 칸 영화제 출장을 갔을 때, 친구와 함께 같은 호텔에서 숙박했다"며 "당시 상사에게 말하면 전문성을 의심받을까 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Z세대의 일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리학자 진 트웽은 "Z세대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정에 대한 책임이 적고,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 출장을 미니 휴가처럼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일부 기업도 블레저 트렌드를 수용하고 있다. 진저 태거트 IHG 호텔&리조트 부사장은 "출장에 동반자를 데려가는 일은 더 이상 숨겨야 할 비밀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부 고용주는 직원 스트레스 감소와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이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업무 성과는 유지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전 세계 블레저 트렌드 확산에 발맞춰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Seoul: Your complete MICE City'라는 슬로건 아래, 블레저 목적지로서 서울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중이다. 여의도, 용산, 서초·강남·송파, 종로·중구, 성수·광진·동대문 등 5대 권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다만 블레저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한만큼 개인의 자유와 직업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판 마이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흐려지는 만큼 출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기대치를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퇴근 후 자유시간에 동반자가 함께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지만, 저녁 시간에 회식이나 팀 활동이 예정돼 있다면 그 시간만큼은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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