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군이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핵시설 등을 타깃으로 선제공격에 나서며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란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과 오는 15일 미·이란 6차 회담이 파행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최악의 경우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주요 외신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계획이 보도된 바 있으나 이스라엘이 예상보다 빨리, 미국의 지원 없이 이란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전투기 수십 대로 이란 핵 프로그램 등을 타격했다며 이번 작전이 향후 수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은 1단계 공습 완료를 알리며 "수십 대의 공군기가 첫 공격을 완료했는데, 여기엔 이란의 다양한 지역에 있는 핵 목표물을 포함한 수십 개의 군사 목표물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정권의 손에 있는 대량 살상 무기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권이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르 뉴스와 IRNA 등 이란 현지 매체는 이란 수도 테헤란 북동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 프레스 TV는 테헤란 공격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은 수도 테헤란 상공 영공을 일시 폐쇄했다.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도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핵무기를 개발 중인 이란 학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나탄즈의 주요 핵 농축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 작전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작전명을 '사자들의 나라(Nation of Lions)'로 명명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란 전역에 걸쳐 수십 개의 표적을 공격 타깃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이 며칠 내 핵폭탄 15개를 제조할 수 있는 원재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참모총장과 핵 과학자 등 주요 인사의 사망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번 선제공격으로 인해 전국에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 이스라엘과 민간인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영공을 폐쇄하며 보복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3일 오전부터 이스라엘 내에서는 필수적인 활동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필수적인 사업장을 제외한 교육 활동, 모임 및 직장 출근 등은 금지된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CNN에 이번 공격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공격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간 군사적, 외교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았으며, 이란을 상대로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할 계획이라는 의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오는 15일 대이란 공격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을 몇 주 동안 준비해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이란 6차 회담은 15일로 예정돼있다. 그러나 이란이 선제공격에 나서며 현재로선 협상이 지속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공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개시 전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해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것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이번 공습에 미국이 개입하거나 지원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우리는 이란에 대한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이 지역의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번 조치가 자국의 자위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우리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또 "분명히 말하자면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일부 동맹국에 비공개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임박했다는 사실과 미국이 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렸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으며 미국의 지원이나 작전 참여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이 이번 공습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이란의 보복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란은 앞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의 미국 목표물을 공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매체는 "미국은 이전에도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있다"며 "이번 공격이 보복의 순환을 촉발한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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