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좌초했던 구축함 '강건호' 사고 22일만에 진수

이례적 빠른 속도…제 기능 어렵다 해석도

북한이 지난달 진수식 과정에서 넘어져 좌초한 신형 다목적 5000t급 구축함을 수리 후 다시 진수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함북 나진조선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5000t급 구축함의 진수식을 개최했다.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넘어져 좌초한 지 22일, 북측이 함선을 바로 세웠다고 밝힌 지로부터는 불과 일주일여만이다.

연합뉴스

통신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라 이 함정의 함급은 5000t급인 최현급, 함명은 '강건호'로 명명됐다고 전했다. 강건은 인민군 초대 총참모장을 지낸 인물로 6·25 전쟁 과정에서 전사했다.

김 위원장은 앞선 진수식 사고와 관련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라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필요한 과정을 경과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참으로 커다란 교훈을 축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건호 진수와 관련 "세계적인 해군력 건설을 목적한 우리의 방대한 함선 건조계획들이 가장 정확하게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의 의지가 강고할 뿐 아니라 그것을 실천적으로 담보할 자체의 튼튼한 역량과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또 김 위원장은 구축함 전력을 추가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그는 "최현급 또는 그 이상급의 구축함을 매해 2척씩 작전 수역에 배치할 것"이라며 "얼마 전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내년에 5000t급 구축함 2척을 추가로 건조하는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고 했다. 우리와 비교해 뒤처진 해군 전력을 빠르게 현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편 일각선 사고 후 불과 3주 만에 이례적인 속도로 진수식을 치른 강건호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해군 재건을 북한에 맡겨야 할 판", "중국 수준의 건함 속도"란 평가도 나온다.

군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이달 말로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 복구를 지시해 이를 서두른 만큼, 외관과 달리 실제 기능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통상 국내에서도 함정을 건조하는데 2~3년, 여러 시험을 거쳐 최종 전력화하는데 1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면서 "북측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에 해당 함선을 건조했다고 하고, 앞선 사고로 파손·침수까지 겪었는데 실질적으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3주 만에 진수식을 치렀다는 것은 북한 조선소의 역량이 예상과 달리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면서도 "외형과 달리 내부는 침수 등을 겪은 만큼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