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시점보단 조항…집중투표제·3%룰 역효과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연기된 가운데 통과 시점보다는 개정안에 포함되는 세부 조항의 정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부 조항 후보로 거론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3% 룰'이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계 투자기관의 영향력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상법 개정안은 정부의 핵심 과제인 만큼 이른 시기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통과 시점보다 개정안에 어떤 세부 조항이 포함되느냐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열기로 한 국회 본회의를 새 원내지도부 선출 후로 연기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증시 시황 및 시장 감시 체계 브리핑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증시 시황 및 시장 감시 체계 브리핑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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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의 뼈대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이와 함께 거론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3% 룰' 적용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여부에 더 주목했다. 이들 제도 모두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먼저 집중투표제란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선임할 이사 수만큼 특정 후보에게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1주를 가진 주주가 3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3표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고, 나눠서 여러 후보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소수 주주가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김 연구원은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로 기업 가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부작용으로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함에 따라 장기 성장동력이 약화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3% 룰'이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합산 기준 3%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이 1명이면 족해 최대 주주 측이 지분 쪼개기를 통한 우회선임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새 개정안은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한 명에서 두 명 이상으로 늘리면서 이들 전원에게 '3% 룰'을 적용하도록 했다.

김 연구원은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2조원 이상 상장사 중 지주회사 그룹 소속 기업들에 3% 룰을 적용할 경우, 내부 지분율(지주사 + 특수관계인 + 계열사)은 평균 48.7%에서 5.1%로 급감하는 반면, 외부 지분율은 49.7%에서 45.4%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며 "상대적으로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위 두 조항이 최종 개정안에 포함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액주주권리 확대라는 긍정 효과와 경영권 방어 비용 증가, 경영진 보수적 의사결정 증가라는 부정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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