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넘게 걸리던 숏폼(짧은 영상) 제작도 이제 3분 만에 인공지능(AI)으로 뚝딱 만들어줍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오렌지플래닛 빌딩에서 만난 정원모 피카디 대표는 "숏폼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들도 숏폼 제작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정 대표는 "보통 숏폼 10개를 만들려면 400분의 시간과 2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피카디가 개발한 AI서비스 '피카클립'은 단 3분 만에 숏폼 20개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구독비용도 월 5000원 수준이다. 시간은 130배, 비용은 40배 절감되는 셈이다.
피카클립은 롱폼(긴 영상)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한 뒤 가장 흥미로운 순간을 잘라내 숏폼으로 만드는 서비스다. 직접 자막을 넣고 편집점을 골라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AI가 알아서 웃음이나 정보 포인트도 뽑아낸다. 정 대표는 "1시간짜리 영상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3초 장면을 골랐더니 360만 조회수를 끌어낸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원래 불가마에서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를 보여주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다큐멘터리였지만, AI는 중간에 등장한 '불가마 삼겹살'에 주목했고 결국 히트를 쳤다"고 했다.
AI가 제작한 숏폼 20개 중 어떤 콘텐츠가 흥행할지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 피카클립은 롱폼 분석 과정에서 '타겟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이 페르소나가 숏폼을 얼마나 선호할지 점수화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자동차를 주제로 한 롱폼을 맡긴 경우 피카클립은 '자동차 애호가인 30대 남성'으로 페르소나를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20개의 숏폼이 각각 어떤 반응을 얻을지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 6300명의 이용자를 모으고 총 20만건의 숏폼을 제작한 피카디는 앞으로 피카클립이 시각 정보까지 잘 이해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피카클립이 잘 만드는 영상은 주로 강연과 자기계발처럼 음성을 기반으로 정보 전달에 집중한 콘텐츠"라며 "구글이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AC) 프로그램 'AI 퍼스트'에 참여하면서 드라마·영화·스포츠 같은 시각 정보가 중요한 콘텐츠로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AI가 누끼컷(배경 제거)을 만들고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시각적 효과를 주는 편집기법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카디는 지난해 8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창업 육성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직접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기보다 구글 '제미나이' 같은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정 대표는 "자체 AI모델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대신 API를 응용해 가치 있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데 노력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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