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돈 줘, 다 불기소 해버릴 테니까"…검찰, '뇌물 경찰' 구속기소

검경 수사권 조정 과시하며 사건 무마
2억 받고 사건 배당받아 불송치 처분

피의자로부터 억대 뇌물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사건기록을 조작하고 사건을 무마해준 현직 경찰관이 1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카카오톡 및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 서울중앙지검 제공

카카오톡 및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 서울중앙지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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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이날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팀장인 정모(52) 경위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경위에게 뇌물을 준 대출중개업자 김모(43) 씨는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경위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다수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김씨에게 "사건을 모아서 모두 불기소해주겠다"며 22차례에 걸쳐 총 2억112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 버릴 테니까, '내년부턴 수사권 독립되고 바꾸어지는 시스템은 ○○이(김씨) 세상이다', '불기소를 내가 마무리한다는 거 매력 있지 않아? 어느 검사보다 나을 거야'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는 등 수사 권한이 확대된 것을 이용한 것이다.


돈을 받은 대가로 정 경위는 김씨 주소지를 의정부서 관할 내로 옮기게 해 김씨가 피의자인 사기 사건 16건을 다른 경찰서로부터 이송받거나 재배당받았고, 이를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경위는 사건 무마를 위해 김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처럼 허위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뒤 동료 경찰관에게 부탁해 참여자 날인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경위는 "경찰서의 내부 결재는 통상 전산상으로만 이뤄져 서류 조작이 적발될 우려가 적지만 검찰청에 기록을 보내면 발각될 우려가 있어 차마 보내지 못했다"며 "아무도 기록을 찾지 않아 3년간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정 경위는 2022년 5월 김씨가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주하자 "외국으로 도망가라"며 도피자금으로 3850달러(약 500만원)를 주고, 약 2년 뒤 김씨가 구속된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수사 중지된 김씨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6개월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 수사는 수사권 조정 전에 정 경위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씨 사기 사건을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으로 4월 중앙지검이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뇌물 공여 사실을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본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은 경찰에 통보하고, 정 경위가 불송치 결정한 사건 재수사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해 범죄 피해를 본 국민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국가 형벌권이 적정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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