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의 무면허 렌터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위조 신분증이 청소년들의 불법 차량 대여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면허 렌터카 교통사고 198건 중 10대가 차지한 비중은 22%(44건)에 달한다. 5건 중 1건꼴로 10대라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이 무면허로 빌린 차량으로 발생한 사고는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라며 "청소년이 운전대를 잡다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지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구 중구의 한 인도로 한 대의 차량이 돌진해 70대 보행자가 중상을 입은 사건의 가해 차량 운전자도 10대였다. 차량은 렌터카였다. 이보다 한 달 전 대전에서는 또 다른 무면허 청소년이 렌터카를 몰고 중앙선을 넘나드는 경찰과 아찔한 추격전을 벌였다. 지난해 7월 경기 부천에서는 무면허 10대 운전자가 렌터카를 몰고 운전하다가 아파트 외벽 등을 들이받고 전복돼 차 안에 있던 10대 4명이 다치기도 했다.
경찰은 일부 사건의 경우 청소년이 위조 신분증으로 차량을 빌리며 사고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면허 청소년이 위조 신분증을 통해 차량을 대여하고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온라인을 통해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엑스(X·옛 트위터)에 해시태그(#)를 통해 '신분증' '운전면허증'과 같은 검색어를 넣은 결과 #신분증위조, #운전면허증제작 등 공문서 위조와 관련된 수많은 해시태그가 노출됐다. 한 업자에게 운전면허증 제작 문의를 하니 "제작 완료 후 영상통화를 통해 실물을 보여주겠다"며 "직거래도 가능하다"고 했다. 가격은 45만원을 불렀다.
이 같은 위조 신분증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운전면허증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차량을 대여해주는 브로커를 통해서다. 브로커는 렌터카 업체를 통해 빌린 차량을 제삼자에게 대여해주며 돈벌이를 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이 위조 신분증을 통해 손쉽게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구조다. 기자가 접촉한 브로커는 "미성년자는 사고 위험이 커 빌려줄 수 없다"면서도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초보든 상관없다. 대신 사고 시 전액 변제해야 한다"고 했다.
도로교통법상 무면허로 차량을 운전했을 때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청소년은 대개 무면허로 차량을 운전하더라도 소년법에 따라 교화 중심의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소년이 무면허 운전에 이르게 되는 배경인 위조 신분증의 유통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플랫폼들이 위조 신분증과 관련된 검색어나 이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필터링 조치를 하는 등 자율적인 규제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근절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나서 위조 신분증 제작·판매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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