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에 대해 "유통의 혁명"이라고 치켜 세웠다.
정 롯데백화점 대표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16회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에서 'K웨이브의 새로운 진화' 세션 첫 번째 연사로 나서 K-백화점의 미래 전략에 대해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백화점의 진화 사례로 더현대 서울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반 백화점은 1, 2층 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그간의 방식이었지만, 더현대 서울은 1층을 오픈해 마치 쇼핑몰처럼 느껴지게 하고 6층에도 개방된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잠실점 리뉴얼은 더현대 서울이 만들어 낸 혁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발표에서 정 대표는 국내 백화점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투자 확대 ▲럭셔리·뷰티·음식·아동·스포츠·전자기기 등 제품 카테고리 확장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한 고객 경험 강화 ▲업무 전반의 디지털 전환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젊고 구매력을 갖춘 신규 고객을 백화점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팝업스토어는 캐주얼하고 편한 방법으로 젊은 층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행사"라며 "지난해 선보인 340개의 팝업 행사를 통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고객 수가 전년 대비 28% 증가했고, 특히 20·30세대 비중이 41%까지 상승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VIP 고객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대표는 "지난 5년간 롯데백화점 상위 5% 고객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한다"며 "현재 VIP 고객들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소통하면서 모든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개인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멤버십 기반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한국이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화장품 수출국에 이르게 된 배경에 '브랜드, 제품, 유통 채널, 소비자가 연결된 생태계'라고 짚었다. 그는 "3000개 이상의 화장품 제조사들과 올리브영 등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들,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디지털 친화성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K뷰티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트렌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뷰티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제품 혁신 지속 ▲새로운 카테고리 확장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품 원료, 신기능, 활용법 등에서 새로운 혁신을 지속하고 스킨케어에 집중된 브랜드 카테고리를 메이크업, 이너뷰티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K뷰티는 좋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는 고급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 전통 원료를 바탕으로 만든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의 부스터 세럼은 10초당 1개씩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고, 헤라의 블랙 쿠션은 해당 카테고리에서 8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뉴욕, 파리, 홍콩, 방콕 등 전 세계 백화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K뷰티는 이제 글로벌 뷰티 산업의 중심에 있다"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존재하지만, K뷰티의 개척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다양성, 개인화된 경험으로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홍정우 하고하우스 대표는 고객 주도형 브랜드 성장 전략에 대해 공유했다. 하고하우스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K패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현재 마뗑킴, 드파운드 등 40여개의 신생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홍 대표는 "과거에는 브랜드가 방향을 정하면 고객이 따라오는 구조였지만, 2010년부터 젠지(Gen Z) 세대는 전통적인 브랜드의 성장 방식을 바꿨다"며 "지금은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고하우스의 대표 브랜드인 '마뗑킴'은 쇼룸이나 런웨이가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마뗑킴은 지난해 1억1000만달러의 연매출을 달성했고, 올해에는 매출 1억4800만달러를 돌파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고객과 함께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K패션의 핵심적인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월드 백화점 서밋은 매년 세계 각국의 주요 백화점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업계 최대 포럼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IGDS에는 38개국 44개의 회원사가 활동 중이며, 국가별 1개 회원사 가입이 원칙이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WDSS 2025' 행사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300여명이 참석해 미래 경영 및 유통 혁신 전반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고객을 사로잡는 최고의 방법'을 주제로 11일부터 이틀간 아딜 메붑 칸 영국 리버티 백화점 최고경영자(CEO), 패냐 챈들러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CEO, 유고 히라마츠 일본 시부야 파르코 총괄 디렉터, 알베르토 트리포디 몽클레르 최고 리테일 책임자 등이 연사와 패널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정 대표를 비롯해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 홍정우 하고하우스 대표, 이준범 GFFG 대표가 연사로 나서 K뷰티, K패션, K푸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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