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AI 알고리즘과 무기력의 시대, 독서의 힘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청소년
즉각적 자극이 목표 추구 방해
독서, 꿈꾸는 능력 깨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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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교사들이 요즘 아이들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아이들이 거의 없고, 대부분 무기력하다."라는 것이다. 꿈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자기만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 꿈을 위해 애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많은 청소년이 그저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며,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청춘이 참 아깝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그 이유가 몇 가지 떠오른다. 하나는 어릴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만들어진 삶이다. 아이들은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학원들을 뺑뺑이 돌려가며 다니고,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기회는 번번이 차단당했을 수 있다. 좋아한 것들이 많았겠지만, 대부분 쓸모없다, 가치 없다, 공부나 해라, 같은 이야기를 10년 넘게 들은 아이들은, 이윽고 무엇을 욕망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을지 모른다.

최근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고 그냥 '쉬었음' 청년 인구가 역대 최대로 5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나 열악한 사회 환경 등도 문제겠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요즘 스마트폰 기반의 온라인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인 진화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세대>에서, 스마트폰 과몰입이 아이들을 초식동물화 하여, 낯선 타인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모험보다는 방 안에서 머물게 하며, 만성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게 한다고 경고한다. 세상을 '발견'하며 때로는 거침없이 삶을 헤치고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다는 것에 관한 여러 증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삶에서 무언가 장기적인 꿈이나 목표를 추구하려면, 즉각적인 자극에 다소 둔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10년 뒤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면, 하루하루를 단단하게 쌓아가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켜면 웹툰, 릴스, 쇼츠, SNS의 끝없는 자극과 ai 알고리즘으로 기나긴 여정을 향한 모든 마음이 '해소'되어 버린다. 먼 꿈을 꾸기 보다는, 오늘의 달콤한 도파민과 쾌감들이 몸과 마음을 침대에 드러눕힌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하게 믿을 수 있는 능력이다. 미래나 꿈, 희망 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으로 상상하는 것이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거라 믿는 능력이 삶을 나아가게 한다. 즉각적인 보상과 만족보다도, 일종의 헛것을 믿는 몽상가적인 능력이 아무것도 없는 현재를 이겨낼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이런 '헛것'을 믿는 능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나는 그 '헛것'을 꿈꾸는 능력을 길러주는 가장 강력한 행위 중 하나가 독서라고 믿는다. 독서행위에는 항상 읽고 스스로 상상하며 짐작하는 과정이 개입한다. 헛것을 평생 내 안에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처럼 우리 시대의 무기력과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무척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바로 내 안에, 책만 펼치면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말이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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