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속 필로폰·엑스터시 성분 감소…올해부턴 의료용 마약도 추적

식약처 역학조사 결과 불법 마약류 사용추정량 감소
인천·경기시화 등 외국인 밀집지역선 높게 나타나
올해부턴 분석 성분 15종→200여종으로 확대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메트암페타민(필로폰)과 암페타민, MDMA(엑스터시), 코카인 등 불법 마약류 사용추정량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는 분석대상 성분이 의료용 마약과 신종 마약류를 포함한 200여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조사가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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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의 시료를 채취·분석한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하수역학 조사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수사·단속기관의 적발 외에 실제로 사용되는 마약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유럽이나 호주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5년간 수행했다.


그 결과, 주요 5개 불법 마약류의 합계 사용추정량은 2020년 인구 1000명당 일평균 31.27㎎에서 2021년 30.57㎎, 2022년 23.85㎎, 2023년 20.30㎎, 작년 15.89㎎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이 중 필로폰은 매년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되고 있지만 지난해 사용추정량은 9.86㎎으로 2020년 24.16㎎ 대비 59% 감소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엑스터시의 사용추정량은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코카인의 사용추정량은 작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분석한 결과, 필로폰은 인천 및 경기 시화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가 조사한 외국인 밀집 지역 하수처리장 12곳의 필로폰 사용추정량은 전국 평균보다 약 41% 높았으며, 이는 외국인 마약 사범의 증가 경향과도 일치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경찰청, 대검찰청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합동단속반을 운영해 외국인 밀집 시설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펼쳐 외국인을 통한 불법 마약 사용 확산을 막을 계획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전국 하수처리장 34곳 모두에서 5년 연속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는 것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불법 마약 사용 근절에 나서고 정부도 경각심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불법 마약류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2020~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역별 불법 마약류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2020~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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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지난 5년간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하수역학 조사사업을 광범위하면서 정교하게 추적하기 위한 '우리동네 하수 감시망' 사업으로 발전시켜 킬 계획이다. 분석대상 성분을 기존 불법 마약류 15종에서 의료용 및 신종 마약류를 포함한 200여종으로 대폭 확대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유입 여부 ▲사용 추세 변화 분석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물질에 대한 신속한 조치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는 배수 분구 중 10개 이상 지점에서 추가로 채수, 마약 성분이 검출될 경우 관련 건물 정화조 등에서 추가로 채수해 추적성을 높일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하수역학 조사가 마약류 사용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학적 근거인 만큼 작년 조사 결과와 올해 강화되는 조사를 통해 마약류 불법 사용을 추적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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