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0억원 매출 돌파를 앞둔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은 2000원짜리 빵을 팔면 500원을 남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한 자릿수, 이름이 알려진 지역 빵집이라도 10%를 간신히 넘기는 빵집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장사를 잘 하는 셈이다. 마케팅비에 특별히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성심당의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은 21% 수준으로 40%대를 넘어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들과 차이가 크다. 성심당은 어떻게 매장 앞에 소비자들을 줄 세우게 했을까.
성심당 운영사 로쏘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힌 지난해 매출액은 1937억원이다. 2023년(1243억원) 보다 56% 증가했다. 2020년 매출액 488억원을 기록했던 성심당은 2023년 단일 빵집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금의 성장 속도대로라면 올해 2000억원 돌파도 가능한 상황이다.
성심당의 영업이익은 프랜차이즈 대기업도 넘어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전년(314억원) 대비 52% 늘어났다. 빵집 뚜레쥬르를 비롯해 각종 외식사업을 펼치는 CJ푸드빌의 영업이익 2 98억원(별도 기준) 보다 많은 것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25%로 CJ푸드빌(4%), 파리크라상(1%)보다 월등하게 높다.
성심당의 시작은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임길순·한순덕 부부가 대흥동성당에서 원조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에서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다. 약 70년이 지난 지금, 성심당은 명실상부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성공 요인으로는 '가성비'가 꼽힌다.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개당 1700원)와 판타롱부추빵(개당 2000원) 등은 "대전에서만 판매한다"는 희소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전국적인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열풍을 일으켰다.
시즌 한정 케이크는 일반 판매 빵보다 단가를 높였지만, 시중 다른 케이크 보다는 가격을 낮게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성심당이 딸기·망고 등 제철 과일을 활용해 만든 '시루 케이크'는 출시 때마다 풍성한 원재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시된 '딸기시루 2.3㎏'은 딸기 한 상자가 통째로 올라간 외형으로 주목받았으며, 4만9000원의 가격이 최대 40만에 달하는 호텔 케이크와 비교되며 '가성비 케이크'로 입소문을 탔다. 인기가 높아지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해당 케이크가 14만원에 되팔이 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성심당이 가진 강점인 '지역성'은 또 다른 성공 요인이다. 성심당은 대전 외 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014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원하는 자리와 크기만큼 가게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일화도 있다. '성심당' 하면 '대전'이 곧바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는 전국 확장에 나선 다른 지역 빵집들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통옥수수빵으로 유명한 대구 삼송빵집은 2022년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했고, 국내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군산 이성당은 2014년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했다.
착한 기업 이미지도 성심당 인기를 뒷받침한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경영이념 아래, 성심당은 매일 판매하고 남은 빵과 제과를 기부하고 있다. 또 매달 약 3000만원 상당의 빵을 양로원과 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한다. 최근에는 임신 확인증이나 산모 수첩을 지참한 고객에게 대기 줄을 건너뛸 수 있는 프리패스와 5% 할인 혜택을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사가 잘 될수록 직원들의 만족도는 올라가고 있다. 성심당은 분기마다 영업이익의 15%를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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