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제명 청원 55만명 돌파…과거 의원직 제명 사례 살펴보니[뉴스설참]

(73)헌정사 유일 의원직 제명은 YS
군사독재정권 정치 탄압 사례로 평가
이후 부마민주항쟁 촉발 계기로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 요구 청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55만명을 돌파했다. 국회의원 제명은 한국 헌정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례가 유일할 정도로 이례적이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의원직 제명은 군사독재정권의 정치 탄압으로 평가받는다. 그 발단은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였다. 1979년 9월 김 전 대통령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정권을 겨냥해 "미국은 국민으로부터 점점 소외되는 독재 정권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수 사이에서 명확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이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자유로운 제도들을 갖추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YT는 "한국 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온 탓에 체포 직전 상황에 놓인 야당 지도자가 미국 행정부에 박정희 독재 정권에 대해 지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는 체포 위협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인터뷰는 '한국 야당 지도자, 미국에 결단 요구'(FOE OF SEOUL REGME ASKS DECISION BY U.S.)라는 제목의 기사로 1979년 9월16일 NYT 17면에 실렸다.


2015년 11월22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NYT는 온라인판에 1979년 그의 인터뷰 기사를 재게재했다. 사진=e영상역사관

2015년 11월22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NYT는 온라인판에 1979년 그의 인터뷰 기사를 재게재했다. 사진=e영상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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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본 박정희 정권은 발칵 뒤집혔다. 인터뷰 일주일 후인 같은 달 22일 여당인 공화당은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국회에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동의안'을 제출했다. 징계사유는 "국회의원 김영삼은 국회법 제26조에 의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신분을 일탈하여 국헌을 위배하고 국가 안위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현저히 저해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반국가적 언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주권을 모독하여 국회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으므로 국회법 제157조에 의해 징계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국회법 제158조에 따라 징계안 동의 절차에서 나온 의원들 간 대화는 회의록에 기록되지 않았다. 다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8분에 개시된 비공개회의는 11분 만에 신속히 종료되고, 4시19분 백두진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김영삼 징계에 관한 건은 제명으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선언한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은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의원직 제명 여파는 시민들의 저항 정신에 불을 지펴 부마민주항쟁으로 번진다. 징계안 통과 12일 후인 10월15일 부산 시민들은 대규모 독재 타도,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이는 점차 경남 마산시 및 창원시 지역으로 확산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을 종말로 이끈 10·26사태로 이어졌다.


1979년 10월28일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10·26사태로 숨진 박정희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e영상역사관

1979년 10월28일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10·26사태로 숨진 박정희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e영상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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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폭력 발언' 비판을 받는 이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지난 13일 오전 11시 기준 5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이 의원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모든 주권자 시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질렀다"라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받으면 자동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제명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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