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부 대학원생인 A씨(31)는 바이브 코딩 덕분에 연구 능률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힘든 코딩 작업을 AI가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A씨는 "고객 설문조사 통계를 정리하거나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프로그램을 짤 줄 알아야 한다"며 "항상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바이브 코딩을 한 뒤로는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에 세부적인 코딩 작업을 맡기고 인간은 주문만 하는 신개념 프로그래밍 기법이 화제다. IT 업계에서 붙여진 이름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자신의 바이브(느낌)대로 AI와 자유롭게 작업하라는 뜻이다. 바이브 코딩은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이 미흡한 사람들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업계 내에선 아직 AI가 짜주는 코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도 있다.
바이브 코딩은 최근 IT 업계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코딩 작업 방법으로 통한다. AI 도구에 코딩 작업을 맡기고 개발자는 큰 그림만 짜는 기법이다. 테슬라 전 AI 디렉터였던 안드레 카파시가 지난 2월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바이브에 몸을 맡기고 코드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코딩 방식"이라고 정의하며 유행이 시작됐다. 코딩 전문 AI 챗봇인 코파일럿, 커서 등이 출시되면서 바이브 코딩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개발자가 늘었다.
국내에서도 바이브 코딩 열풍이 뜨겁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자사 블로그에 '바이브 코딩,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의 시작일까요'라는 글을 올려 세세한 동향을 소개했다. 온라인 교육업체 패스트캠퍼스는 이미 8개의 바이브 코딩 관련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바이브 코딩이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개인 프로젝트다. 평소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짜고 싶었지만, 코딩 숙련도가 부족했던 아마추어 개발자, 기획자, 연구원들이 바이브 코딩에 의존하고 있다. A씨는 "그동안 코딩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블로그나 깃허브(소스코드 공유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의 코드를 그대로 베끼거나, 살짝 수정해 가져오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짤 수밖에 없었다"며 "바이브 코딩은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나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브 코딩의 확산에 경계심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현직 자동화 솔루션 개발자인 B씨는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무결성 검증'인데, AI 코드는 무결성을 보증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결성은 완성된 코드가 개발자의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보안이나 유지 보수상의 문제는 없는지 등을 평가하는 과정을 뜻한다. B씨는 "무결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건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개인용 프로젝트에 바이브 코딩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공장이나 통신망,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AI에 맡길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가 코드를 짜는 속도와 비교하면 인간 개발자의 검증 속도는 훨씬 느리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며 "코드 검증에 개발자들이 매달리느라 업무량만 늘고 개발 속도는 계속 정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AI 산업의 최첨단을 달리는 해외 빅테크들도 바이브 코딩의 본격적인 도입에는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룸버그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나도 바이브 코딩을 즐기고 있지만, 구글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력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AI의 코딩 자체는 분명히 뛰어나지만, 현재로서는 AGI(인공일반지능)에 도달했다고 판단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라며 "여전히 AI는 기본적인 실수를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선 지금도 인간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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