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공개적으로 비방을 주고받으며 극에 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갈등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를 칭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를 향해 덕담을 건넸다.
9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머스크 CEO가 로스앤젤레스(LA)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 관련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개빈 뉴스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 시장이 LA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머스크 CEO는 이를 캡처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또 엑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과 폭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JD 밴스 부통령의 글을 인용하며 미국 국기 이모지를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던 엑스 게시물을 대거 삭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 간 의혹을 제기하는 글 등이다. 또 머스크 CEO는 엑스에서 지난 5일 팔로우를 취소했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다시 팔로우하기도 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경 이민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결 누그러진 태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에 대해 "우리가 좋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며 "나는 그가 잘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량과 스타링크 서비스를 없앨 것이냐는 질문에 "테슬라는 다른 어딘가로 옮길 수 있지만, 스타링크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좋은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가 케타민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가 담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지출과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추진한 성과를 훼손할 것이라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한때 절친한 사이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14.2% 급락하기도 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4.55% 상승했다.
두 사람 간 긴장이 완화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월가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가 예전처럼 마러라고에서 머무르던 시절로 돌아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지만, 향후 몇 달간 서서히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와 공화당이 가까이 지내는 것이 필요하고, 머스크 CEO는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연방 규제 승인 등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