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1인 컵빙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장기화된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큰 크기의 제품이 아닌 '미니' 사이즈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급호텔들이 '스몰 럭셔리' 트렌드를 겨냥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것과 반대의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의 '팥빙 젤라또 파르페'와 '망빙 파르페'는 지난 4월 말 출시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우유 빙수를 기본으로 각각 젤라또 형태의 팥, 믹스시리얼, 떡과 망고, 코코넛칩, 휘핑크림을 첨가했는데 '가성비' 빙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MZ세대에게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격은 4400원.
SNS에서는 메가MGC커피 알바생들이 '제발 그만 시켜주세요ㅠ'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토핑이 많아 만들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알바생 눈물 섞여 짜다는 팥빙 젤라또 파르페' 등의 밈까지 만들어져 또 다른 재미 요소로 화제몰이 중이다.
메가MGC커피뿐 아니라 컴포즈커피의 '팥절미 밀크 쉐이크'도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메뉴는 2021년 6월 첫 출시한 메뉴인데, 매년 여름 시즌 스테디셀러였지만 최근 급격히 판매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디야커피도 최근 신제품으로 1인 빙수 4종을 새로 출시했다. ▲초당옥수수 ▲꿀자몽 그래놀라 ▲팥 인절미 ▲망고 그래놀라 등 4가지 1인 빙수를 출시하며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디야 관계자는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다양한 플레이버와 비주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들이 원재료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인상 폭을 최소화하며 미니 제품들을 내놓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프리미엄에 대응하는 가성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실제 일상 속 작은 사치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심리적 가격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만원을 훌쩍 넘긴 호텔 빙수는 SNS에서 인증샷이 봇물을 이룬다.
일례로 애플망고빙수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애플망고빙수를 11만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강의 웨이팅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7년 처음 출시된 신라호텔 애플망고 빙수는 제주산 애플망고 과육을 넉넉히 쌓아 올려 입소문을 탔고, 이후 신라호텔 여름 빙수의 '상징'이 됐다. 2021년 6만4000원에서 2022년 8만3000원, 2023년 9만8000원에서 2024년부터 가격이 10만원을 돌파해 10만2000원에 판매했다. 신라호텔은 '망고 가격 연동제'를 도입해 망고의 원가에 따라 판매가를 변동시키고 있다.
매년 역대급 더위가 찾아오면서 빙수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프랜차이즈들이 앞다퉈 1인 빙수를 출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빙수 시장은 2018년 3000억원대 규모에서 2020년 이미 50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여기에 올해는 배달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여 업체들이 다양한 빙수 출시와 함께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름이 점점 빨라지고 시즌도 길어지면서 빙수 수요가 높아져 제품 출시 시기도 앞당기고 종류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며 "'혼빙족'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빙수를 먹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도심 유명 호텔에서 판매하는 빙수 가격은 대부분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득 양극화로 가성비 제품, 아니면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극명해지고 있어 다양한 제품 출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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