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찍어내듯 출간...작가는 늘고, 부수는 줄었다

출판문화협회 출판 통계 발표
상대적으로 책 내기 쉬워진 경향
3년간 출간 종수 꾸준히 증가
신간 수명 짧아 초판수량 줄여
출판부수는 2005년 이후 감소

최근 3년간 도서 출간 종수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출간 부수는 감소하며 출판 양상이 '소량 다종'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의 소비 수명이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출간이 쉬워진 점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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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출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된 책은 총 6만4306종으로, 2023년(6만2865종)보다 1441종, 2022년(6만1181종)보다 3125종 늘었다. 2014년(4만7589종)과 비교하면 약 35% 증가한 수치다.


등록된 출판사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종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영업활동을 하는 출판사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협 인쇄사검색시스템에 등록된 출판사는 8만1161곳으로, 2023년(7만9035곳)보다 2126곳, 2022년(7만1319곳)보다 9842곳 늘었다. 2014년(4만7226곳)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책을 출간해 출협에 납본한 출판사는 2022년 8975곳, 2023년 7878곳, 2024년에는 5911곳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만 해놓고 영업을 하지 않는 1인 출판사 등 통계에 허수가 상당히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출판 부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다. 2005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4년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파로 일시적인 반등이 있었을 뿐이다. 최근 10년간 연간 800만부 가까이 줄어든 해도 있었다. 출판 부수는 2022년 약 7900만부에서 2023년 7000만부로 줄었고, 2024년에는 7200만부 수준을 기록했다.

출간 종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신간의 수명이 짧아졌다는 점이 있다. 과거에는 책을 출간하면 수개월간 꾸준한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주기가 급격히 짧아졌다는 것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예전에는 책을 내면 6개월 정도는 수요가 유지됐지만, 지금은 3개월도 안 가고 몇 주 만에 수요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초판 수량을 줄이고, 더 많은 책을 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간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책 출간을 일종의 '명함'처럼 여기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의 무게감보다는 출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내용과 별개로 출간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출간하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며 "대부분 초판 물량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는 저자가 직접 사서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는 "책을 출간하기 쉬워지고, 서점 입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정 수준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고, 텀블벅 같은 플랫폼을 통해 출간과 판매 과정을 소셜화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면서 출간의 기회비용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간 종수의 증가는 독립출판의 영향도 크다"며 "이제는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의 민주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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