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스타트업 오클로의 주가가 최근 한달간 80% 이상 급등했다. 2013년 설립 이후 아직까지 매출이 없는 상황이지만 시가총액은 이미 우리 돈 9조원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 수혜 기대감이 작용했다.
오클로의 주가는 지난달 13일 매출 0달러, 순손실 980만달러(약 135억원)의 참혹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크게 올랐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49.09달러로 지난달 초 26.31달러 대비 86%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69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른다. 오클로는 지난해에도 736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손실 규모가 1년 새 129% 늘어나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됐지만 투자자들은 꾸준히 주식을 샀다.
부진한 실적보다 주가에 크게 반영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보다 4배 이상 많은 400기가와트(GW)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히고 원전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반적으로 원전 1기의 발전 규모가 1GW급임을 고려하면 400기 이상의 원전수요가 새로 생겨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면서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규 원전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발전규모를 현재보다 4배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매출액이 계속 0달러였던 오클로의 매출 발생 예상 시점은 2027년 이후다.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부지에 2027년 말 배치를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첫번째 오로라(Aurora) 원전의 완공 및 상업운전이 시작돼야 첫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로라 원전은 액체상태의 나트륨인 소듐을 원자로의 냉각제로 사용한다. 오클로가 개발 중인 차세대 소듐냉각고속로 기술이 활용된다. 발전량은 15~50메가와트(MW)로 평균 1GW급인 기존 원전의 3~5% 수준이다. 대도시 지역의 전력수급을 담당하기 어려운 작은 규모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나 소규모 지역의 전력수급은 충분히 가능하다.
오클로가 밝힌 오로라 원전 1기의 설치 비용은 6000만달러(약 816억원) 정도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비용인 1기당 13조원의 약 15분의 1 가격이다. 공사에 필요한 부지 면적도 기존 원전은 1기당 최소 1㎢(약 30만평) 규모지만, 오로라 원전은 8300㎡(약 2500평) 부지만 있으면 세울 수 있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일 수 있으며, 이를 바로 폐기하지 않고 다시 발전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오클로의 오로라 원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AI 전력수요 증가와 맞물려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415테라와트시(TWh)를 기록한 전세계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30년 현재의 2배가 넘는 945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클로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공학자인 제이콥 드윗과 캐롤라인 코클란이 설립했다. 이들은 대학캠퍼스 부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초소형 원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창립했다. 이후 2015년부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오클로 지분투자와 함께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AI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에 주목받았다.
올트먼 CEO는 오클로를 지난해 5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생성형 AI 시장 돌풍과원전 테마주가 맞물리면서 상장 직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가가 17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올해 1월 오클로 이사회 임원 중 한명이던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책 수혜 기대감은 증폭됐다.
현재 올트먼 CEO는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상태다. 그가 오픈AI와의 협업 준비를 위해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지키고자 사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 CEO의 오클로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두고 "양사 간 파트너십이 체결되면 내부정보 남용이나 편파적 의사결정 등의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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