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의 뷰포인트]이재명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적 과제

트럼프, 北·中 심각한 균열 간파
북한 전략적 활용 가능성 주목
'코리아경제권' 형성 기회될수도

[김동기의 뷰포인트]이재명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적 과제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탄생했다. 위헌적·불법적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정치적 리더십을 우리 국민들은 민주적으로 다시 세웠다.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자랑스러운 일이자 국민들의 승리다. 그렇지만 신정부는 우선 한반도에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어떤 사람은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 그런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그가 미국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하려고 했다. 이 흐름을 트럼프가 제1기 정부 때 이어받아 본격화했다. 미국은 2017년 발표된 '국가안보 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함으로써 신냉전이 시작됐다. 바이든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을 유일한 경쟁국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고, 트럼프 제2기 정부도 이런 기조 위에 서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나라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한다.


트럼프는 과거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김정은을 직접 만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그 덕에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의 특수한 관계와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알려진 바와 달리 북·중 간에는 심각한 균열이 있다. 북한은 중국의 간섭을 극도로 경계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북한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지속해서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미국에 북한의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중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는 북한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그런 인식은 미국의 의회, 언론, 전문가들에게도 확산했다. 이 같은 철저한 지정학적 계산하에 트럼프는 움직이고 있다.


과거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줄곧 '혈맹', '순치(입술과 입)' 관계로 알고, 중국을 통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오해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전쟁 무렵부터 중국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모로 자신들을 간섭하고 무시한 중국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중국 또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불시에 자신들을 도발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북한이 불편하다. 북한은 중국을 통해 제어할 수 없는 나라였다.

트럼프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게 된 이상, 그는 계속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도 다시없는 기회이다. 일차 분수령은 올해 가을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이다. 트럼프는 경주에 참석하기 전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 전쟁 후 최대의 사건이 될 것이다.


만약 북미 관계가 호전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북한의 경제개발이 시작되면, 한국 기업들에 여러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코리아경제권'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경제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지금은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시점이다. 새 정부는 신속히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북한과도 적대적 대립보다는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구도 형성에 소외돼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능동적·전략적 자세와 노력이 긴요하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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