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신약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독주 체제를 유지하던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정면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비만 신약까지 출시되면 국내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와 토종 제약사의 3파전 양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4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 위고비의 점유율은 73.2%에 달했다. 비만약 시장 규모는 지난해 1분기 41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086억원으로 162.3% 상승해 분기 기준 최초로 비만약 시장 규모가 1000억원을 넘겼다.
주사형 GLP-1(글루카곤 유사 수용체) 계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는 2023년 국내 출시 이후 처방량을 빠르게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위고비는 우리 몸의 식욕과 소화 과정을 조절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 호르몬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물질인데, 뇌와 위, 췌장까지 전반적인 대사를 조절하는 약이라 효과가 강하고 지속적이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에 상륙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위억제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제' 비만 신약이다. GIP 수용체는 인슐린 분비 촉진과 지방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고비보다 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 결과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 중이다. 국내에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운자로 바이알과 퀵펜 제형의 국내 시판 승인을 신청했고 연내로는 승인이 유력한 상황이다.
릴리는 최근 마운자로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임상 연구 결과, 마운자로 투여군의 72주차 기준 평균 체중 감소 평균 22.8㎏ 감소했고, 세마글루티드(위고비 성분) 투여군은 평균 15.0㎏ 감소했다. 72주간 두 약을 투약한 결과, 마운자로를 맞은 환자들이 8㎏이 넘는 체중 감량 효과를 더 봤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인 한미약품 역시 이 판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미약품은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GLP-1 유사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내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위장 부작용을 줄이면서 장기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3상은 올해 내로 종료될 예정이다.
GLP-1계열 비만 신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만약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위고비는 출시 초기 한달 약값이 1350달러(약 185만)를 넘었지만 올해 499달러(약 68만원)로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HK이노엔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 신약 트렌드에 맞춰 경구용·복합작용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가격경쟁력, 생산·공급 역량을 갖춘 기업이 향후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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