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석 BYN블랙야크 사장이 '딴 살림'을 확대하고 나섰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의 장남인 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최대주주인 블랙야크아이앤씨 를 주식 시장에 우회 상장한 뒤, 최근 한주케미칼을 인수하면서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장녀인 강주연씨를 동진레저 사장으로, 둘째인 강 사장에게 BYN블랙야크를 맡기며 경영 전면에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지분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패션 업계에선 강준석 사장이 블랙야크아이앤씨의 덩치를 키워 그룹의 모태인 BYN블랙야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가업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지난달 종속회사인 에스티베타제일차(SPC)를 통해 한주케미칼의 인수를 마무리했다. 지분 100%를 모두 확보했으며 취득금액은 742억원이다. 한주케미칼은 소화설비를 제조해 판매한다.
2013년 설립된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산업용 안전화와 작업복, 산업안전용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강준석 사장이 지분 65.15%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강 사장의 누나인 강영순씨가 28.14%를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1월 미래에셋비전기업인수목적1호와 흡수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총 147억원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스마트물류센터, 신사업 진출, 경영활동에 필요한 현금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주케미칼을 인수하면서 블랙야크아이앤씨를 활용한 강태선 회장의 지분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블랙야크아이앤씨가 BYN블랙야크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BYN블랙야크 주주인 강태선 회장과 강태선 회장의 개인회사인 동진레저, 아내인 김희월씨 등은 합병비율만큼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주식을 받는다. 강준석 사장 지분이 높은 블랙야크아이앤씨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강 사장에게 유리한 구조다.
이 때문에 블랙야크아이앤씨가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주케미칼을 인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상장 이후 30%가량 주가가 하락해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한주케미칼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411억원, 영업이익은 92억원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의 기존 산업안전용품 사업에 한주케미칼의 매출이 더해질 경우 기업가치가 커질 수 있다.
BYN블랙야크는 강태선 회장이 78.94%로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 이어 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동진레저(6.03%)와 부인인 김희월(5.83%)씨 순이다. 2023년 강 회장은 지분 6.03%를 동진레저에 무상 증여했다. 동진레저는 2010년 블랙야크로부터 브랜드 '마운티아'와 '카리모어'를 인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장녀인 강주연 사장이 경영 중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실적이 우상향 흐름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77억원으로 2년 전(281억원) 대비 34% 신장했다. 영업이익은 54억원에서 83억원으로 30억원가량 늘었다. 2022년 중대재해방지법 시행으로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데다, 지난해 신규 안전화 브랜드 '웍스원'을 출시하며 중고가 시장 등에서 외형을 확대한 덕분이다.
다만 본진인 BYN블랙야크는 아웃도어 시장 침체의 여파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준석 사장은 현재 그룹의 핵심 브랜드인 블랙야크를 비롯해 그룹 안살림과 신사업 업무 등을 총괄하는 '경영전략본부'를 맡고 있다. 2009년 블랙야크에 입사해 상품기획, 경영기획, 미래전략본부, 글로벌사업본부, 미래전략실 등을 두루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2013년 인수한 BYN블랙야크의 종속회사 '나우인터내셔날'(지분 58.33%)의 부진이 가장 뼈 아프다.
이 회사는 미국에 뿌리를 둔 아웃도어 브랜드로 '나우'를 운영하고 있다. 강준석 사장은 인수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아웃도어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우인터내셔날은 인수된 이후 단 한 번도 의미 있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나우인터내셔날은 2014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49억원, -37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매출액은 4억원까지 주저앉았다. 당기순손실은 5억원이었다. 나우인터내셔날은 2022년부터 지분법 적용 투자 주식으로 분류돼 영업외손익으로 반영되는데, 결손 누적으로 인해 장부금액이 0원으로 떨어지면서 현재는 지분법 적용이 중지됐다.
강 사장은 친환경 아웃도어라는 점을 내세워 국내(온·오프라인)와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의류부터 홈(잠옷, 양말)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BYN블랙야크 관계자는 "그룹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친환경 가치를 고객과 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상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BYN블랙야크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커피 원두 전문업체 보타네트웍스도 지난해 6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블랙야크 베이징법인(베이징블랙야크아웃도어)도 손실을 쌓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베이징법인의 매출액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42억원, 14억원이다. 2019년 매출액(277억원)과 당기순손실(-9억원)과 비교하면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그 결과 BYN블랙야크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 3015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BYN블랙야크는 10여년 전 약 58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최근 수년간 3000억원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등산복과 헤비다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아웃도어 업계는 호황을 누렸지만, 2014년부터 브랜드 간 과도한 경쟁과 소비자들의 패션 트렌드 변화 등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빠졌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아크테릭스', '스노우피크', '노스페이스' 등 해외 브랜드로 수요가 쏠린 점도 국내 아웃도어 기업이 역성장을 기록한 배경으로 꼽힌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2013년 7조원대에 달했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조원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주연 사장이 이끄는 동진레저도 마찬가지다. 강주연 사장은 2002년 동진레저 무역팀에 입사해 실무 역량을 쌓은 뒤 2020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2021년 부친인 강태선 회장에게 대표 자리를 넘긴 뒤 지난해 다시 대표로 선임됐다. 강 사장은 취임 이후 마운티아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동진레저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403억원, 영업이익은 2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6%, 17% 감소한 수치다.
강 회장은 올해 76세로 고령인데,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업무 전반을 세밀하게 챙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해 2월 케이스위스의 글로벌 IP를 보유하고 있는 KP글로벌과 함께 케이스위스코리아를 설립했다. 2022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케이스위스를 다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강 회장은 "국내에서 다시 한번 확고한 브랜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