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의 인구가 점차 줄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의 파고가 깊어지고 있다. 지방 소멸의 대표주자인 광주광역시의 경우 인구가 점차 빠지면서 거래는 줄고, 가격은 떨어지고, 미분양은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 대구 등 지방 대도시도 비슷한 상황으로, 인구 유출을 고려한 주택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광역시 중 인구 순유출이 가장 많은 곳은 광주로 총 6369명이 빠져나갔다. 매달 인구가 줄었는데 이사철인 3월 가장 많은 2502명이 광주를 떠났다.
인구 순유출로 주택 수요가 줄자 광주 부동산 시장은 점차 활기를 잃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광주의 1~4월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75%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변동률은 -0.31%로 5개 광역시 평균인 -0.19%보다 낮았다.
거래량도 줄었다. 4월 광주 주택 매매거래량은 1681건으로 전월보다 17.8% 급감했다. 감소 폭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 건수는 지난 1월 1107건, 3월 1660건 이후 줄어 지난달에는 10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대비 7.4% 줄어든 수치다.
지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부동산 시장에 닥친 경기 한파는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개월 동안 5196명의 인구 유출이 나타난 부산의 부동산 시장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은 광주 다음으로 인구 유출이 많았다. 1~4월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64%로 파악됐다. 4월 주택 거래량은 전월 대비 1.6% 줄었다. 1978명이 감소한 대구는 같은 기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가 1.41%를 빠졌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주택 공급이 멈추지 않으면서 미분양은 불어나고 있다. 지난 4월 광주의 미분양 주택 수는 1298가구로 지난해 12월 이후 1200가구 이상을 유지했다. 부산 미분양 주택은 4709가구로 전월 대비 4.9% 증가했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9065가구로, 경기 1만2941가구 다음으로 많았다.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소득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미분양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광주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3년 기준 3545만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50%대 상승했으나 전체 7개 특별·광역시 중에선 하위권인 5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4649만원 대비로는 1100만원 이상 낮았다. 반면 부동산R114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지역의 3.3㎡당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0년 전보다 140% 급등한 1990만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인구 유출을 고려한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빠져나가도 공급 관리가 이뤄진 지역은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울산은 지난 1~4월 인구 3220명이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이 기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0.07% 상승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인구 유출과 함께 주택 공급 수준이 어떠한가에 따라 거래량·가격이 결정된다"며 "울산은 과거 부동산 호황기였을 때 분양 등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구 이동에 따라 실수요자가 줄어드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한 공급 계획으로,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인구 이동과 공급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성이 있으면 주택을 짓곤 했는데 앞으로는 수요에 대한 변화를 예측하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지방 도시에 기업을 유치해 인구·소득을 늘리는 것이 최선인데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면서 "신축 주택이나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미분양 해소 후 공급이 되도록 시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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