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재시동‥재계 "경영 안정 고려해달라" 당부[재계가 우려하는 법안]③

재계 반발에 "이기적인 소수들의 저항"
주주충실 의무 도입 등 일반주주 보호
재계 "소송 남발, 기업 혁신 저해" 우려
李,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상법 개정안이 새 정부에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자, 재계는 경영 환경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좌초됐던 법안을 당선인이 직접 언급하며 공론화한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이기적인 소수들의 저항"이라고 밝히고, "상법이 개정되면 지배 대주주의 횡포가 줄어들고 비정상적 경영 판단도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그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또 상장회사에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재계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 등이 기업에 대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주보호의무 위반 소송은 주주가 손해를 입었음을 전제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기존 주주대표소송보다 제기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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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8단체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들 대부분이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전자 주주총회의 경우에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많아 보안상 문제나 운영상 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계는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경영권 분쟁 공시는 2020년 216건에서 2024년 315건으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이 전체의 9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선인은 집중투표제 활성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선출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최다 득표자 순으로 이사가 선임되기 때문에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요구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3인 이상 감사위원회를 두되, 이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재계는 이들 제도가 투기자본이 경영권에 개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은 경영 정보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행동주의 세력이나 외국계 펀드가 이들을 장악할 경우 기밀 유출이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커진다"며 "국내 기업의 외국계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집중투표제가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 전체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개정 추진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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