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관세를 오는 4일부터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예고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정부는 업계와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착수했다. 업계는 "25%도 버겁던 상황에서 50%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철강·비철금속 업계와 긴급 회의를 열고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는 나성화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진행됐으며, 포스코, 현대제철, KG스틸, 세아제강, 동국제강, 넥스틸 등 주요 철강 수출기업과 비철금속협회, 노벨리스코리아, 롯데알미늄 등 알루미늄 업체들도 참석했다. 회의는 전면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에 위치한 US스틸 공장에서 직접 발표한 내용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이는 6월 4일 수요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우리 철강 업계는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하며, 수출 물량 감축과 고객사 이탈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고환율과 고물류비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인데, 50%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시장은 사실상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미국 현지 진출 기업, 통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구체적 실행 여부와 적용 범위를 정밀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비철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 공조를 강화하겠다"며 "현지 동향을 실시간 공유하고 업계 대응방안이 한미 협상 테이블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기업별 영향 규모를 분석해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하고, 필요 시 고위급 협상 채널도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 협상과 연계해 미국 측에 예외 적용이나 유예 가능성을 적극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2018년에는 한시적 면제가 가능했지만, 이번엔 관세 자체를 두 배로 올리는 '강경 드라이브'인 만큼, 한국이 예외 지위를 얻기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전문가들은 철강과 알루미늄을 시작으로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산업 규제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질서 전체에 파장을 줄 수 있다"며 "향후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다른 전략 품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이번 조치를 단기적인 위기로 보지 않고, 향후 통상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와 함께 피해 규모를 정밀 분석하고, 미국 측과의 다층적 협의를 통해 최대한의 예외 또는 유예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