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비자원 '가짜 백수오' 발표 문제 있지만, 주가 하락 배상 책임은 없다"

내츄럴엔도텍 주주들, 소비자원·정부 상대 손배소…대법원서 최종 패소

2015년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던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는 위법하지만 관련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에게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까지는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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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내츄럴엔도텍 주주 19명이 한국소비자원을 포함해 회사 직원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 15일 확정했다.


소비자원은 2015년 4월 21일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츄럴엔도텍이 판매하는 백수오 관련 제품에서 백수오와 유사하지만, 부작용을 유발하는 '이엽우피소'가 일부 검출됐다는 게 보도자료의 핵심 골자였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내츄럴엔도텍은 공식 사과문을 냈고, 주가는 주당 8만6000원 수준에서 한 달 만에 8500원대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2015년 6월 무혐의 처분했다. 백수오 샘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은 맞지만 비율이 3% 정도에 불과해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년 동안 독성시험을 한 이후 2017년 8월 이엽우피소가 미량 섞이더라도 건강상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내츄럴엔도텍 주주들은 소비자원의 잘못된 발표로 주가가 폭락해 손해를 보았다며 2018년 4월 소송을 냈다. 소비자원이 충분한 조사 없이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게 골자였다.


1심과 2심은 당시 소비자원의 발표를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공표를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서 "공표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긴급한 필요 없이 공표를 진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소비자원이 이엽우피소의 양이나 혼입된 경위를 확인한 적이 없고 내츄럴엔도텍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 역시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비자원은) 업체가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는 취지로 공표해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상당량 혼합됐음을 암시했다"면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소비자원의 발표는 위법하게 허위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이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틀리지 않았다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위법한 허위사실을 공표의 피해자는 내츄럴엔도텍 등 회사들로 봐야 하고, 소비자원 발표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공표 행위와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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