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거북섬 사업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시흥 유세에서 웨이크파크 유치를 언급하며 "우리가 다 나서서 해줄 테니 오라고 해서 인허가와 건축 완공을 하는 데 2년밖에 안 걸렸다"는 발언 때문이다. 이후 부동산 중심의 수입구조와 처참한 상권 공실률, 졸속 용도변경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김은혜 '이재명 경기지사 거북섬 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장'이 거북섬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등 정치 공방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매출 대부분이 '땅장사'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관 주도 개발의 민낯'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웨이브파크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였던 2018년 시흥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대원플러스건설그룹 등과 함께 업무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추진된 세계 최대 규모 인공서핑장이다. 그러나 사업은 관광보다 부동산 개발 중심으로 흘렀다. 수자원공사가 공급한 시흥 문화공원 주변 17개 필지를 중심으로 웨이브파크의 모기업인 대원플러스건설이 토지를 매각하거나 상가·숙박시설을 분양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8000억원(용지 매각과 분양수입)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부동산 개발 및 판매와 관련된 매출인 용지매출이 6944억원, 분양수입이 1091억원으로, 합계 8035억원이다.
이처럼 '땅장사'는 흥행했지만 정작 관광시설 운영 성적은 초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웨이브파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매출 약 8341억원 중 입장 수입은 268억원으로 전체의 3%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용지매출과 분양 수입 등 부동산 관련 매출이 전체의 96%를 넘는다.
웨이브파크의 5년간 당기순이익 합계는 874억원이다. 자본금 100억원 대비 8배가 넘는 수준이다. 개발이 마무리된 2023년부터는 입장 수익이 운영 수지를 떠받치지 못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2023년 당기순손실은 176억원, 지난해는 680억원에 달했다.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도 2023년과 지난해 각각 251억원, 211억원으로 고정비 부담이 수익을 압도하고 있다.
웨이브파크의 실적 악화는 모회사인 대원플러스건설에도 부담을 줬다. 웨이브파크는 대원플러스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대원플러스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76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47.6% 성장했지만, 이익 면에서는 2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2023년 영업손실 20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3억원의 손실을 냈다. 웨이브 파크의 실적 부진이 모회사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다만 대원플러스건설의 부채비율(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은 96%로 양호한 편이다.
대원플러스건설은 1999년 설립된 복합개발 전문기업이다. 과거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송도 해상 케이블카 등 고급 주상복합·관광 인프라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본사는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에 위치해 있다. 대원플러스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다. 이 그룹은 대원플러스개발과 현원개발, 금광건설, 대원플러스산업 등 건설 및 부동산 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견 민간 디벨로퍼다.
웨이브파크 부지를 포함한 인근 상업용지 개발 과정에서 '졸속 인허가'와 '특혜' 의혹도 제기된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승인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주상복합 용지가 상업업무시설 용지로 바뀌고, 일부 상업지구의 층고 제한은 기존 15층에서 45층으로 완화됐다. 공모지침서에서 입점이 제한된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도 일부 허용돼, 결과적으로 민간개발업자가 용도변경을 통해 '땅 장사' 중심의 수익 극대화를 이루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내역에 따르면 웨이브파크는 지난 4월 기준 임직원 수 36명에 불과하다. 개장 당시 경기도가 직접고용 1400명, 간접고용 8400명 등 '장밋빛 고용 효과'를 전망한 것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주장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입점률 13%, 공실률 87%에 이르는 인근 상권 실태와 괴리되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거북섬 개발을 둘러싼 진실 공방과 책임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거북섬을 두고 "제2의 백현동 사건"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정조사 실시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추진까지 하겠다며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는 거북섬 사업을 치적으로 자랑한 적이 없다"며 "거북섬에 관광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웨이브파크를 유치했고, 이를 유세에서 언급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공방 속에 부푼 기대로 거북섬 상권에 입점한 상인들의 속은 매일 타들어 가고 있다. 최근 한 상가의 수분양자들이 "허위, 과대광고로 사기를 당했다"며 분양대행사를 상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규모는 약 8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