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바칼로레아(IB)는 1968년 유엔(UN) 주재원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체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겪으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국가들은 세계 평화를 위한 국가 간 교류 확대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에 따라 국제 교류가 늘어나면서 유엔 직원, 외교관, 특파원, 해외 주재원 등이 많아졌고 이들의 자녀는 본국의 대입을 준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잦아졌다. 그 해결책이 IB였다.
스위스에 있는 IB 본부는 주요 대학에서 학력으로 인정받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여러 나라 교수, 중·고등학교 교사, 교육 공무원 등이 참여했고, 4년 만에 IB가 탄생했다. IB는 미국, 영국, 일본 등 교육 선진 국가에서 학교 교육과정으로 채택, 운영됐으며 수십 년간 과정 수정과 보완을 거쳐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교육과정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165개국에 도입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9년 오세정 당시 서울대 총장이 "공교육 문제 대안은 IB에 있다"고 해 주목을 끌었다. 오 전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암기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창의형 교육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IB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IB 교육의 특징은 토론 수업 위주라는 것이다. 수업 시간 진행되는 토론은 누군가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들이 토론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연습을 한다.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학생들은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김경희 경북대 사밤대학 부속고 교감은 "끝장 토론 방식이 아니라 나의 주장을 말하되 상대편의 주장도 받아들이는 훈련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IB 수업에서 토론이 필수적인 이유는 독특한 평가 방식에 있다. 과목마다 논술, 구술, 보고서 및 포트폴리오 작성, 협동 프로젝트 수행 등 다양한 평가 방식으로 점수가 산출된다. 교과서를 암기하거나 오지선다형 문제 풀이 훈련으로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생들은 토론이나 논술, 구술을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를 확장하게 되고 배움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갖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육연구센터에 따르면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비판적 사고 수준이 더 높았다.
IB에서 고등교육과정인 디플로마프로그램(DP)은 90여개국 3300여개 대학에서 대학 입학 성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자국의 대입 시험인 A레벨을 폐기하고 IB와 유사한 새로운 대입 체제인 '브리티시 바칼로레아'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