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제대로 효도해야죠."
유송규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에 이른다. 그러나 2015년 프로 데뷔 이후 좀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1년 시드를 잃고 골프를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3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은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부모님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며 "어머니가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하셔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유송규는 체중을 34kg 감량해 새로운 선수로 태어났다. 사진제공=KPGA
유송규는 2014년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과해 이듬해 1부 투어에서 데뷔했다. 하지만 2021년 성적 부진으로 시드를 잃고, 2022년부터 2년간 2부 투어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2023년 11월 QT에서 공동 30위에 올라 다시 1부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정규 투어에 복귀했지만, 지난해에는 제네시스 포인트 50위로 간신히 시드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는 각오를 새로 다졌다. 체중 감량에 돌입했고, 발목 부상도 털어냈다. 키 175㎝에 몸무게가 한때 137㎏까지 나갔지만, 꾸준히 감량해 현재는 103㎏까지 줄였다. "오른쪽 발목에 심한 염증이 생겨 체중을 줄이기로 결심했다"며 "오후 6시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했다"고 말했다.
유송규는 올해 한국오픈에서 개인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제공=KPGA
체중 감량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까지는 발목에 테이핑을 하고서야 겨우 플레이할 수 있었다. 지금은 걷는 게 편하고 덜 지친다"며 "체력 소모가 줄다 보니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백스윙도 한결 편해졌다. 비거리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2월 말까지 태국에서 박일환과 함께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박일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2014년 KPGA 명출상 수상자다. 유송규는 "일환이 형과 즐겁게 훈련했다"며 "형이 '실력은 충분하니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전했다.
유송규는 태국 전지훈련 기간 부족했던 퍼팅 훈련에 집중했다. 사진제공
유송규는 지난 25일 춘천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듄스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원)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흘간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3위에 올랐다. 우승자 사돔 깨우깐자나와 2위 뽐 삭산신(이상 태국)에 이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그는 "한국오픈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코스는 어렵지만 재미있다"며 "듄스코스는 특히 좋아하는 코스다. 예전에 한국오픈 월요예선을 치르며 경험이 있었고, 좋은 기억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오픈을 터닝포인트로 삼은 유송규는 더욱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기존 페이드 구질에 스트레이트 구질을 추가하고 있으며 "아직 스윙 완성도는 30% 수준"이라며 "티샷만 페어웨이에 잘 올리자는 생각으로 경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퍼팅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샷에 비해 3퍼트가 너무 많았다"며 한국오픈 전까지 5개 대회에서 퍼팅 수가 203개에 달했다고 털어놨다. 친분이 깊은 김기한 프로에게 퍼팅 노하우를 배우고 있으며 "퍼팅 레슨을 꾸준히 받으면서 파 세이브율이 높아지고, 덩달아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송규는 강점은 호쾌한 장타다. 사진제공=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자신감을 회복한 유송규는 KPGA 투어 첫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쉽지는 않지만,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제네시스 포인트 20위 안에 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더 큰 무대에 도전할 계획이다. 과거 18세부터 24세까지 일본 투어를 준비한 적도 있었다. 많은 대회를 뛰진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그는 "올해는 아시안 투어에 도전해볼 생각"이라며 "좋은 성적을 내면 LIV 골프나 DP 월드 투어로 진출할 수도 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유송규는 올해 KPGA 투어에서 성적을 낸 뒤 아시안 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제공=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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