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최우등생으로 꼽히는 금융지주 주가가 나란히 최고가를 경신했다. 1분기 실적 개선과 신정부의 증시부양 기대감, 환율 안정세 등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기업설명(IR)에 나서는 등 밸류업에 앞장서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내 증시에서 KB금융 과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금융지주 주가가 상승한 것은 올해 실적 개선과 신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 각사 밸류업 정책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고였다. 작년 1분기 대비 16.8% 증가한 수치다.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각사는 더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을 펼쳤다.
KB금융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현금 배당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높였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까지 내놓았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작년부터 해외 IR 행사에 직접 참여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 정책의 진정성을 설파했고,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밸류업 정책 강화 의지도 보인 바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27일 한국거래소가 시행한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경제부총리상을 받았다. 또한 KB금융 시가총액은 4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모든 상장사 중에 5위에 등극했다.
밸류업에 대한 의지는 하나금융지주 역시 돋보인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월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는 최초로 밸류업 의지를 담은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면서 "밸류업 정책을 강화해 PBR(주가순자산비율)을 1배로 끌어올리고 저평가된 주가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CEO의 밸류업 의지는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역시 확고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주부터 인도네시아와 홍콩을 방문에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의 비전과 주주 환원 정책 등을 직접 소개했다. 임 회장이 직접 해외 IR에 나서는 건 취임 첫해인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도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영국과 독일, 폴란드 등을 찾아 IR을 진행했다. 진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협력도 논의했다.
신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하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증시 활성화 정책을 약속했다. 모두 기업 밸류업과 연관이 있는 정책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주식 장기보유자 세제 혜택 등 여러 증시 부양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본적으로 고배당인 금융지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은 고배당주인 금융지주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년 연말부터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금융지주 주가에는 긍정적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건전성 지표는 물론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때 150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대 후반으로 하락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는 RWA 감소로 이어져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큰 폭 상승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주주 환원과 순익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이후 은행주 주가 상승 폭은 50%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은행의 평균 PBR은 0.45배에 불과하다"며 "의미 있는 주주 환원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는 추가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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