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장률 0.8%" 한은 수정 경제전망, 어떻게 나왔나

5월 수정 경제전망 주요 전제는
美관세 기본 10%·품목 25% 대체로 유지
반도체·의약품 품목관세 하반기 일부(10%) 부과

경제심리, 대내 불확실성 완화로 개선
5월 초 추경 13.8조 내수진작 효과 반영

한국은행은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1.5%를 큰 폭 하회하는 수치다.


한은은 이번 수정 경제전망의 주요 전제는 ▲강화된 미국의 관세정책 반영 ▲대내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경제 심리 회복 ▲5월 초 추가경정예산 13조80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라고 설명했다.

"韓 성장률 0.8%" 한은 수정 경제전망, 어떻게 나왔나

미국 관세정책은 최근 미국과 영국·중국 등 주요국 간 관세 협상 결과 등을 고려해 현재 수준(기본 관세 10%·품목 관세 25%)가 대체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제했다.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 관세도 하반기 중 일부(10%) 부과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전망 전제와 비교해 미국 관세정책의 강도가 강화된 상황을 반영했다"며 "2월 대비 대상 국가가 광범위해졌고 관세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월 초 상호관세가 발표되고 미·중간 보복이 심화하던 상황에 비해서는 완화된 수준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상황 역시 변화가 반영됐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심리는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대내 불확실성이 완화하면서 개선되는 것으로 전제했다"며 "정부 경기부양책의 경우 5월 초 추경 13조80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韓 성장률 0.8%" 한은 수정 경제전망, 어떻게 나왔나
2분기 성장률 전망 0.8→0.5%…건설경기 부진+더딘 소비 회복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하향 조정한 배경에는 경제 심리 회복 지연과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 부진이 길어진 점, 통상여건 악화로 수출의 하방 압력이 커진 점 등이 작용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중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역성장(-0.2%)한 후, 2분기엔 반등하겠으나 건설경기 부진과 더딘 소비 회복으로 당초 예상(0.8%)에 못 미치는 0.5%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건설 현장 사고, 기상악화, 대형산불 등 일시적 요인까지 이례적으로 겹친 데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 인하와 추경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심리도 회복하면서 내수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의 경우 상호관세 유예, 미·중 관세 협상 등으로 최근 무역 긴장이 다소 완화했으나 여전히 높은 관세율과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당초 전망경로를 하회하며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지난 2월 1.8%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내년에는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되겠으나 통상환경 악화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을 하회하는 1.6%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과 동일한 1.9%로 예상됐다. 가공식품과 외식, 대학 등록금 등 일부 서비스의 가격 인상과 같은 상방 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국제유가 하락 등 하방 요인이 상쇄되면서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9%로 지난 전망(1.8%) 대비 0.1%포인트 상향됐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중 2% 근방에서 움직이다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커지면서 하반기 이후 1%대 후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 성장률 0.8%" 한은 수정 경제전망, 어떻게 나왔나
경상흑자 820억달러, 전망 상향…"통관수출 감소에도 수입 더 줄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20억달러로 2월 전망(750억달러)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상품수지는 통관수출이 미국 관세 영향으로 감소하겠으나 유가 하락, 내수 부진 등에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지난 전망에 비해 흑자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의 증가 흐름을 고려할 때,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흑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대미 수입 확대 가능성 등은 경상수지 하방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2만명으로 2월 전망(10만명)을 다소 상회할 전망이다. 건설투자 부진과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건설·제조업 고용 감소가 이어지겠으나, 정부 일자리 대책에 힘입어 공공행정·보건복지 일자리가 당초 전망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공공행정·보건복지를 제외한 민간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공공부문의 저임금·단시간 일자리가 고용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고용상황은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요 예측기관의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은 2월 전망 때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주요 투자은행(IB) 등 시장참가자들의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 중윗값과 하위 25% 값은 각각 0.9%, 0.7%로 2월 전망(1.6%, 1.5%)보다 각각 0.7%포인트, 0.8%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중윗값은 2.0%로 2월 전망 시점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향후 성장 경로는 무역 협상 전개 양상, 경제 심리 회복 속도,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결정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상방과 하방, 양방향으로 리스크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며 "주요국과의 무역 협상이 빠르고 원만하게 타결될 가능성과 새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추진 등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통상갈등 장기화와 품목별 관세 추가 부과 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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