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로켓 연료도 메탄(Methane)으로 전환되고 있다.
액화수소나 메탄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고온·고압 보관이 가능해 발사체 시스템의 '표준 연료'로 널리 사용되는 '케로신(Kerosene)'은 등유의 한 종류다. 등유에 첨가제를 넣은 제트엔진 연료인 항공유(Jet A-1)보다 정제도가 높은 고급 항공유(RP-1)인 셈이다.
로켓에는 2개의 탱크가 들어간다.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 작동해야 해서 산소를 액화시켜 별도의 탱크에 보관하는데, 케로신이 고온에서 효율이 높지만 액체산소는 극저온 상태이기 때문에 분리·보관이 불가피해서다. 반면, 메탄은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하고 낮은 온도에서도 효율이 좋아 탱크 하나에 칸만 나누는 공통격벽 활용이 가능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케로신은 화석 연료라 연소과정에서 그을음 같은 잔여물이 발생해 엔진 노즐이나 터빈 등의 부품에 달라붙어 막힘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반복 사용하려면 꼼꼼히 청소해야 하고, 오래 사용할수록 내구성이 빠르게 낮아진다. 따라서 정비 비용과 점검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 재사용에 따른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메탄은 케로신과 연소 특성이 달라 엔진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점이 흠이다. 막상 사용하더라도 메탄 기반 엔진에 대한 장기 신뢰성 데이터가 부족해 보험료도 비싸다. 당장은 돈이 많이 드는 연료 체계인 것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2023년 4월 첫 시험발사 후 4번이나 실패를 겪으면서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은 메탄이 가진 또 다른 중요한 이유 때문이다. 메탄은 우주에서도 생산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면 메탄과 물이 나온다. 화성의 대기에서도 생산할 수 있고, 부산물로 물까지 얻을 수 있는 연료의 전략적 가치는 엄청나다.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을 비롯해 렐러티비티스페이스의 '테란R', 스트로크스페이스의 '노바',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ULA의 '벌컨 켄타우로스' 등이 메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아이스페이스의 '하이퍼볼라-3', 랜드스페이스의 '주취-3', 중국발사체기술연구원(CALT)의 '창정-9', 러시아의 프로그레스 로켓 우주센터의 '아무르(소유즈-7)',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넥스트', 아비오의 '베가넥스트', 프랑스 마이아스페이스의 '마이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수리야' 등도 모두 메탄을 추진제로 사용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지금 싼 값에 자주 쏠 것이냐, 미래를 보고 체계를 바꿀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라면서 "2030년대에는 모든 발사체가 재사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은 메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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