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反)유대주의와 진보 성향을 이유로 미국 내 주요 사립대들과 갈등을 빚어 온 그는 컬럼비아대는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반면 하버드대는 "스스로를 해치며 싸우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각국에 초고율 관세 폭탄을 던져 놓고 세율을 낮추는 등 연이어 후퇴한다는 지적엔 "협상" 전략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하버드와 다른 학교에 진학하길 원하는 이들이 외국인 유학생들 때문에 입학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버드는 외국인 학생 비율을 31%가 아닌 15%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전체 재학생 6800명 중 약 27%다. 2006년 19.6%에서 꾸준히 증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보다는 낮은 수치다. 다만 펠로십과 비학위 프로그램 참가자 등을 포함하면 대학 내 외국인은 1만명을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컬럼비아대를 함께 언급하며 하버드대가 정부에 반발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버드는 내가 그들에게 해를 끼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컬럼비아대는 매우 반유대주의적이고 다른 많은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하버드는 싸우길 원하고 그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그 결과 참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압박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를 상대로 연방정부 보조금 삭감·동결을 압박하며 교내 정책 변경과 정부의 인사권 개입을 요구했다. 특히 '타협'을 거부하는 하버드대에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까지 박탈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이와 관련해 법원에 즉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치의 효력을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길들이기' 시도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불거진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진보 성향을 띠는 대학을 공격함으로써 사실상 진보 진영 전반과 벌이는 '문화 전쟁'이자 '이념 전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전날 미국에 입국하려는 유학생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사를 강화하겠다며,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 유학생들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미 성향의 유학생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교역 상대국에 초고율 관세를 부과해 위협한 뒤 다시 관세율을 낮추는 움직임을 조롱하는 의미의 '타코(TACO) 트레이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타코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그만둔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으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가 만든 신조어다. 타코 트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가하더라도 곧 후퇴하고 주식도 반등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아주 못된 질문"이라고 말하며 "그건 협상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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