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대학이 생리 휴가를 신청한 여학생에게 바지를 내리고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픽사베이
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에 위치한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지난 15일 온라인에 영상을 올려 병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캠퍼스 내 보건실에서 생리 중인지 확인하기 위해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이 학생이 "그러니까 생리 중인 모든 여학생이 바지를 내리고 휴가 통지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직원은 "기본적으로 그렇다. 내가 개인적으로 정한 규칙이 아니라 학교의 규정"이라고 답했다. 학생이 이러한 규정에 대한 서면 증거를 요구하자, 직원은 이에 답변하지 않고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영상이 확산하며 논란이 일자 대학 측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해당 직원은 표준 절차에 따랐다"고 밝혔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이 규칙은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병가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학생은 한 달에 네다섯 번 병가를 요청하기도 했다"며 "학교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학생은 또 다른 동영상을 올려 이후에 병원에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단지 여성들이 생리 휴가를 요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중한 정책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학교에 여학생들이 병가를 받으려면 의사에게 생리혈을 보여줘야 한다는 규정이 정말 있다면 나는 영상을 삭제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규정이 없다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하며 큰 논란이 됐다. 현지 네티즌들은 "터무니없고 굴욕적인 관행이다" "그럼 설사 문제로 휴가를 내려면 학교 의사 앞에서 똥을 싸야 하는가" "생리통 때문에 한 달에 네다섯 번 병가를 낼 수도 있다. 만성 피로 기간 50일 연속 생리를 한 적이 있다" "여학생들에게 옷을 벗도록 강요하는 것은 괴롭힘이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변호사 장용취안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관행이 학생들의 사생활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모욕적인 처우에 해당하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나 장기적인 심리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학교 측은 공개 사과하고 정신적 피해 보상, 교육 당국의 행정 처분 등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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