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에서 30억원을 돌파한 아파트가 나왔다. 저층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막히면서 과천은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 전국 1위에 올랐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약 두 달간 과천시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26건으로 이 가운데 32%(40건)가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 재건축 단지 가운데 대표적인 곳으로 꼽히는 중앙동 주공 10단지에서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 단지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지만, 5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가구당 토지 지분이 넉넉해 투자 수요가 몰리는 단지다. 재건축 시 받을 수 있는 지분 몫이 크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주공 10단지 전용면적 124㎡(2층)는 지난 3월 17일 31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최고가보다 1억원 높은 금액이다. 105㎡(3층) 역시 지난달 18일 29억원에 손바뀜돼 3주 만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중앙동 한 공인중개사는 "신고가를 기록한 124㎡ 매물도 전용면적은 40평 수준이지만 실제 토지 지분은 48.8평"이라며 "고층 아파트는 층수가 많아 지분이 분산되지만 이 단지는 저층이라 가구당 지분이 많고 향후 재건축 시 기대 이익도 크다"고 말했다.
대단지 아파트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거주할 집이 부족해진 것도 과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과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별양동과 원문동 위주로 뛰었다. 전주 대비 0.23% 상승했다. 주공 8·9단지는 이미 이주에 들어갔고, 주공 5단지는 지난 3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올해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한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아파트는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가 나올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며 "급매물은 거의 소진됐고, 특히 부림동 주공 8·9단지에서 약 2100가구가 이주를 시작하면서 팔 수 있는 집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주공 8단지 73㎡(10층)는 지난 2일 19억원에 손바뀜됐다. 한 달 전보다 실거래가가 4억2245만원이 뛰었다. 별양동 주공 5단지에서는 124㎡(3층)가 28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오른 금액으로 신고가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과천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 기존 거주자들이 한꺼번에 이주에 나서면서 전·월세 시장에 수요가 집중됐고 이들이 인근에서 다시 집을 구하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과천 전·월세 물건은 132건으로, 1년 전(537건)보다 75.5% 줄었다.
신규 공급도 충분하지 않다. 올해 과천에서 예정된 신규 분양은 8월 주암장군마을 주택재개발정비사업(디에이치 아델스타) 880가구가 유일하다. 이 중 일반분양은 348가구에 그친다.
전·월세 시장을 뒷받침할 신규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주 수요까지 겹치며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5월 셋째 주(1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0.34% 올라 누적 상승률 3.83%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가 상승률도 5.53%로 송파(5.21%), 강남(4.77%), 서초(4.39%) 등 강남3구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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