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폭등에 재정 악화까지…'대형병원 분원' 설립 줄줄이 지연

시흥배곧 서울대병원·송도 세브란스 준공목표 연기
수도권 병상쏠림 우려에 복지부 제동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로 대형 병원들의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건축 비용마저 급증하면서 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도 의료자원 쏠림을 막기 위해 신규 병상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서 분원 신설 계획이 무산되거나 대거 지연될 전망이다.

경기 시흥시의 '시흥배곧 서울대학교병원(가칭)' 부지 전경. 연합뉴스

경기 시흥시의 '시흥배곧 서울대학교병원(가칭)' 부지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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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총사업비 5882억원이 투입되는 경기도 '시흥배곧 서울대병원(가칭)'이 2029년 개원을 목표로 오는 8월 착공한다. 지금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당초 목표였던 2026년 개원보다 3년 늦어지는 셈이다.


분원 추진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자재비, 인건비 증가로 인한 건축비 급등 때문이었다. 시흥배곧 서울대병원 건립 사업은 2019년 5월 병원 설립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2021년 4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추진됐다. 2022년 3월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입찰공고까지 냈지만, 당시 국내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이에 정부는 2023년 9월 물가 변동분 570억원 증액을 반영했고 사업비는 기존 5312억원에서 10%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3월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뒤 11월 현대건설과 우선시공분에 대한 가격 협상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번엔 장기화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수익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서울대병원의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수익(매출)이 전년 대비 23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용을 제외한 의료이익도 전년 대비 1261억원 감소했다.


재정 부담이 커지자 서울대병원은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시흥시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 16일 열린 시흥시의회 제32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시흥배곧서울대학교병원 건립 지원을 위한 협약 체결 동의안'이 상정됐다. 협약은 서울대병원이 시흥시에 요청한 사업비의 약 10%인 587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날 안건은 가결됐지만, 재적의원 16명 중 찬성 9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의료원도 2023년 3월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내에 세브란스병원 분원 건립을 착공했지만 재정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준공이 목표였으나 내년 12월 준공으로 미뤄진 상태다. 8800억원으로 산정됐던 사업비가 현재 9700억원 이상으로 올랐지만, 연세의료원의 의료수익은 지난해 1200억여원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공사가 지연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재원 조달과 관련해선 공사를 진행하면서 인천시와 꾸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외에도 서울아산병원(인천 청라), 고려대병원(경기 남양주·과천), 아주대병원(경기 파주·평택), 인하대병원(경기 김포), 가천대길병원(서울 송파), 한양대병원(경기 안산) 등이 각각 2026~27년 목표로 분원 설립을 발표한 바 있지만, 현재는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이들 병원의 분원 신설 계획에 따라 늘어나는 병상 수는 모두 600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부터 병원급 의료기관을 세우려면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사전 심의를 통과하도록 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 일부 지역에 병상 수가 증가해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이미 건축허가 등을 받은 경우엔 적용되지 않지만, 아직 부지 매입 등이 완료되지 않은 병원은 건립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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