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세금 냈는데 왜" 지붕수리공도 격분…'정년 70세' 법안통과에 발칵 이 나라

덴마크, 1971년생부터 적용…"불합리" 토로
노조 등 "연금 수령 지연" 반대

덴마크 의회가 22일(현지시간) 15년 이내에 정년을 유럽 최고인 70세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정년 연령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영국 BBC는 이날, 덴마크 의회가 정년 연장 법안을 찬성 81표, 반대 21표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현재 정년 연령은 67살이지만, 2030년에는 68살, 2035년에는 69살로 높아질 예정이다. 70살 정년은 1970년 12월31일 이후 출생한 국민부터 적용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EPA연합뉴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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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지난해 정년을 점진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은퇴 연령이 자동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계속 1년 더 일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사무직과 비교해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정년 연장에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붕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덴마크 한 시민 역시 현지 언론에 이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언제까지 일만 할 수는 없다"며 "나는 평생 세금을 납부했고 자녀 및 손주들과 함께 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시위가 몇 주 동안 이어졌다. 덴마크 노조 연맹 회장 예스퍼 에트룹 라스무센은 "덴마크는 경제가 건실함에도 유럽연합(EU)에서 정년은 가장 높다"며 "은퇴 연령이 높아진다는 건 사람들이 품위 있는 노년의 삶을 누릴 권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의 정년은 제각각이지만, 많은 국가들이 최근 몇 년간 은퇴 연령 시기를 조정했다. 프랑스는 2023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했는데, 폭동 수준의 시위가 일어나며 거대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헌법 조항에 근거해 하원 표결 없이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스웨덴의 경우 개인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63세다. 이탈리아는 67세인데,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기대 수명 연령을 토대로 조정될 수 있으며 내년에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1954년 10월6일~1960년 4월5일 사이 출생자는 66세부터 연금을 받지만 이후 태어난 사람은 정년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한편, 한국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과거 60세였으나 연금개혁으로 2013년 61세로 높아졌고, 이후 5년마다 1세씩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2033년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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