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 어렵네"…글로벌 불확실성에 자취 감추는 매물들

HPSP 매각 연기…리캡으로 선회
CJ셀렉타·카카오VX 매각 중단
관세 리스크 탓에 가격 이견 커져
입찰 예정 매물들 거래 동력 얻기 쉽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던 매물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가 이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들도 시장 눈치 살피기에 들어가는 등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반도체 장비회사 HPSP 매각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크레센도는 올 초 HPSP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크레센도가 보유한 지분 40.8%다. MBK파트너스, 블랙스톤, 베인캐피탈 등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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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세 리스크에 따른 반도체 산업 여파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매자들의 관심이 식었다. 크레센도는 HPSP를 최대 2조 원대에서 매각할 의도를 가졌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주가가 빠지면서 시가총액도 이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크레센도는 HPSP 주식을 담보로 인수금융 대출을 일으키는 리캡(Recap·자본재조정) 등을 통해 기존 펀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CJ제일제당 은 지난달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보유지분 매각 계약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CJ셀렉타 매각을 통해 약 48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사업 재편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CJ제일제당은 "거래 선행조건의 충족 가능성이 불투명해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도 시장에선 매물로 오르내렸다. CJ제일제당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으나 MBK파트너스 등이 접촉해 실사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격 이견 등으로 인해 거래는 불발됐다.

이외에도 최근 카카오게임즈 는 골프 관련 사업을 하는 자회사 카카오VX 매각을 중단했다. 지난해부터 카카오VX 매각을 추진했고 올해 들어 이를 공식화했으나 몇 달 만에 무산된 것이다.


이들 거래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가격이다. 최근 미국발 관세 리스크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매각 측과 원매자 간 가격 이견이 커진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팔고자 하는 쪽은 업황이 좋을 때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지만, 사고자 하는 쪽에선 현재 어려운 상황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양측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들도 거래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SK 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은 내달 초 예비입찰에 나선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인 한앤컴퍼니 외에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의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몰라 기업의 실적과 가치를 매기기 어려워 가격 쟁점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이 밖에도 롯데카드, 애경산업 , 테일러메이드 등이 이르면 내달부터 예비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예비입찰에 나서기도 전부터 몸값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나오고 있어 거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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