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예측한 예언가 "진짜 재앙은 7월"…불안한 목소리 확산[일본人사이드]

'꿈 일기' 기록하던 만화가 다쓰키 료
꿈에서 본 숫자로 동일본대지진 예측했다는데
예언설 확산하며 중화권 관광객도 급감

이번 주 일본에서는 '7월 대지진설'이 화제가 됐습니다. 난카이 대지진 등의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대지진 예언이 등장하면서 실제로 중국이나 대만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급감했다는 보도가 등장하고 있죠. 관광객의 발걸음을 끊게 한 예언가는 바로 73세 은퇴한 만화가인데요. 오늘은 화제의 인물 만화가 다쓰키 료씨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다쓰키씨는 1954년 12월생으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출신입니다. 1975년 만화 잡지로 데뷔해 1999년까지 활동하며 99개의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인터뷰를 찾아봐도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더라고요.

다쓰키 료의 '내가 본 미래' 완전판. 띠지에 '진짜 대재난은 2025년 7월에 일어난다'라고 써있다. 라쿠텐북스.

다쓰키 료의 '내가 본 미래' 완전판. 띠지에 '진짜 대재난은 2025년 7월에 일어난다'라고 써있다. 라쿠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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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예춘추와 2022년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분은 1985년부터 본인이 꾼 꿈을 일기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꿈을 꾼 것을 기록하고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내가 지금 이런 정신 상태구나'라고 분석하는 것이 재밌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사적인 내용이 주가 되니 만화에 영감을 받으려고 했던 작업도 아니었고, 단순 흥미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꿈에서 본 것이 가끔 현실에서 느껴지는 '데자뷔'를 체험한 적은 있었다고 해요.


1990년대에는 괴담이나 공포 체험 만화를 다루는 잡지에도 투고했었는데, 이때도 본인의 꿈이 그다지 놀랄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그렸었다고 해요. 본인도 "내가 (귀신이 보인다거나 하는) 영적 능력은 없다. 만약 그랬다면 공포 만화를 그리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겠느냐"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간호사 시누이가 병원 근무하면서 생긴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소재로 썼었다고 해요.


나중에 소재가 고갈되니 자기가 썼던 꿈 일기 중에 좀 신기했던 것들을 모아 2개의 만화를 그렸고, 마지막으로 쓰나미 꿈을 꾼 것을 다뤘는데요. 봄이 되어도 기온이 불안정하고, 작은 지진이 곳곳에서 일어나다가 여름에 갑자기 쓰나미가 몰아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는 장면을 보았다고 해요. 편집자는 독자들의 공포 체험담 모집 코너에서도 '거대한 쓰나미가 덮치는 꿈을 꾸었는데 만화로 만들어달라'라는 요구가 많이 있었다며, 이를 고려해 '내가 본 미래'라는 작품으로 펴내자고 합니다.

이걸 펴내고는 만화가 은퇴를 결정하고, 편집장과 그간 그렸던 만화들을 정리해서 단행본으로 펴내는 작업을 하기로 합니다. 여기에도 꿈 일기를 바탕으로 한 만화들이 수록되죠.


작가 개인의 주장이지만, 단행본 표지를 마감하는 전날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던 상황에서 다쓰키씨는 또 이상한 꿈을 꿨다고 합니다. 영화 스크린 같은 새하얀 곳에 '대재앙은 2011년 3월'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이를 단행본 표지에 새겨넣어 제출했다고 해요. 편집자는 "이런 미래 예언을 썼다가 빗나가면 어떡할 거냐"라고 했지만, 당시 2011년은 10년 뒤의 시점이었고, 그때 즈음이면 사람들도 잊어버릴 것이라고 설득해 저 멘트가 들어간 채로 단행본이 출간됩니다. 책 내용이 아니라 표지에만 담긴 것이었는데요.


그리고 2011년 3월에 일본에서 실제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죠.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 책이 예언서처럼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책은 이미 절판된 상태였기 때문에 인기에 힘입어 2021년 재편집한 형태로 다시 출간했는데요. 인기를 끌면서 다쓰키씨를 사칭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났었다고 합니다.


이때 재출간을 앞두고 또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1999년과 똑같이 영화 스크린 같은 것에 검은 글씨로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라고 쓰여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해저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꿈에 나왔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메모를 책 띠에 업데이트한 상태로 출간을 하게 됩니다. 예지몽은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가 분화하고 대해일이 일본을 덮친다 등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요. 이 책은 9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중국어판도 출간됐다고 합니다.


'내가 본 미래'를 검색했을 때 유튜브에 등장하는 관련 쇼츠들. 유튜브.

'내가 본 미래'를 검색했을 때 유튜브에 등장하는 관련 쇼츠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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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7월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이 만화가 해외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그래서 최근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중화권 관광객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홍콩 항공사는 4월부터 10월 비행기 편을 감편했고, 대만 뉴스매체도 현지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앞서도 일본 무속인이 '4월 26일 도쿄에 거대지진이 덮친다'는 말을 보도하면서 방일을 삼갈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주일 중국대사관은 일본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일본 여행이나 유학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부동산 계획에도 신중하라는 안내문까지 내걸죠. 여기에 유튜브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본이나 홍콩의 무속인들이 비슷한 발언을 하면서 계속 불안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다쓰키씨 본인도 당황한 모습입니다. 그는 마이니치 등 언론 인터뷰에 "저는 어디까지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관심을 받는 것은 그만큼 재해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 관심이 대지진에 대한 안전 대책이나 대비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해석은 여러분의 자유지만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도록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달라"라고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도 연일 진화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내각부 방재 담당관은 X(옛 트위터)에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예지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으로는 불가능"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또 지진이 워낙 자주 오는 일본에서는 주기적으로 이런 예지와 종말론이 등장한다고 지적하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종말이 올 것을 주장했던 옴 진리교의 등장 등 멸망이나 대지진을 예언하는 것은 언제나 있었는데 특별히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여하튼 만화 표지에 써진 글 하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셈인데요. 아직도 동일본대지진의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일본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불안감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부분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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