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신증권은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결과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중국 중소 독립 정유사(Teapot Refiner, 티포트 정유사)들 위주로 타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이란 핵 협상, 유가가 아닌 중국 정유사에 악재' 보고서를 통해 이란 핵 합의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란의 알리 샴카니 정치·군사 고문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원전 발전용인 저농축 우라늄 시설에 대해서는 미국-이란-사우디-UAE 간 합작 기구를 설립해 국제 감시를 받는 한편, 이와 연계될 신규 원전은 미국 측이 참여하여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유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미국과 이란 간 핵 합의로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유가에 미칠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2023년 상반기 일당 20~50만배럴이던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현재 165~185만배럴까지 회복해, 대이란 제재가 정식 발효되기 직전인 2018년 8월 수준까지 도달했다. 제재 해제 시 최대 200~250만배럴까지 확대될 수 있지만, 증가 폭(35~65만배럴)이 이전만큼 크지 않다.
또한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는 국제 유가가 아닌 중국 '티포트 정유사'들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이란산 원유는 지금도 우회 방식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그 종착지는 90%가 중국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재 대상인 이란산 중질유는 국제 가격 대비 배럴당 5~6달러 가량 저렴해, 중국 산둥 지역의 티포트 기업들에는 최적의 상품이라 볼 수 있다"며 "그런 이란산 원유가 제재 리스트에서 제외된다면 이란은 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이유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란 핵 협상은 더 지켜봐야 한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는 이란 측의 양보에도 "저농축 우라늄 시설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NPT 조약에 따라 농축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무력 충돌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협상이 결렬될 것을 고려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이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합의가 어렵다면 앞으로 나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압박했다. 최진영 애널리스트는 "정치 리스크라는 점에서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입장차가 좁혀진다면 그것은 유가가 아닌 중국 티포트 기업들의 악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