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배우자도 TV토론하자" 김용태의 섣부른 제안[대선판 흔든 이 한마디]

이재명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것" 반발
이준석 "아무 말 대잔치로 이길 생각?" 질타
김건희 여사 논란만 부각되는 역효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후보 배우자 TV토론'을 제안했다가 본전도 챙기지 못했다. 대통령 배우자 중요성을 고려해 검증하자는 취지였으나 미혼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어떡하냐는 지적에서부터 김건희 여사 논란만 부각하게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TV 토론을 제안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19 김현민 기자

그는 "우리 정치에서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드렸고 통합보다는 분열을 안겨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집권 내내 김건희 여사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됐던 것을 사실상 인정하며 배우자 검증의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하지만 상대방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 파주시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배우자 토론을 하자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며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거지, 부인이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미혼인) 이준석 후보는 어떻게 하나"며 "즉흥적이고, 무책임하고 대책 없고,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도 "국민의힘 사람들은 제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런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서 선거 이기겠다는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이슈화하는 자충수가 돼 버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 정권에서 김건희 모시던 못된 버릇을 아직도 못 버린 정당답다"고 꼬집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