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들어온 연기에 앞날 '깜깜'"…금호타이어 화재에 주민 '울상'

광주공장 화재, 발생 76시간만 완진
분진에 식자재·건물 등 피해 눈덩이
지자체 지원책 보여주기식 지적도
"피해보상 로드맵 조속히 마련돼야"

금호타이어 화재.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화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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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인한 연기에 가게와 몸이 모두 엉망이 돼버렸네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0일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장 배 모(32) 씨는 "가게에 들어온 연기는 아무리 환기를 시켜도 빠지질 않고, 종일 청소만 하고 있다"며 "가게를 어떻게 다시 운영해야 할지 앞날이 깜깜하다"고 호소했다.

배 씨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그러던 지난 17일 여느 때와 같이 가게 오픈을 앞두고 있었을 때 갑작스러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에 곧바로 문을 닫아야 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는 발생 76시간이 지난 이 날 오전 11시 55분께 진압이 완료됐는데, 오랜만에 문을 연 가게는 연기로 자욱하고 부엌과 홀엔 분진이 가득했다.

20일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음식점 사장 배모(32)씨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연기 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민찬기 기자

20일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음식점 사장 배모(32)씨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연기 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민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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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준비해둔 식자재를 모두 버리고 온종일 청소하며 다시 가게 오픈을 준비했지만, 배 씨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말 내내 가게를 지키며 화재 현장을 지켜봤더니 들이마신 연기로 인해 눈은 붓고 잔기침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관할 지자체인 광산구청에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봐도 "아직 금호타이어랑 피해 보상 협약이 된 것이 없어 진료비를 내야 한다"는 답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배 씨는 "아무리 가게를 청소해도 연기가 빠지질 않아 장사할 수 없어 임대료만 나가고 있다"며 "피해 보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타지역에서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며 접수를 하고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데, 직접적인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주민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에서 나온 연기로 인해 눈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주민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에서 나온 연기로 인해 눈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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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의 지원 정책이 보여주기식이라는 상인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앞서 광산구는 지난 17일 화재 발생 직후 인근 아파트 단지, 광주송정역 인근 상가 등 3만3,000여개의 방진 마스크를 배부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안내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전날 화재 발생 이틀 만에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운영하던 임시 대피소를 종료, 대피 중인 주민 137가구 249명을 귀가시키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김 모(45) 씨는 "인근 상인들은 화재 현장과 맞닿아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는데도, 마스크를 받은 적이 없다"며 "마스크를 배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받았는지 확인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지난 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해 광산구에 접수된 인근 주민의 피해는 1,58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 인적 피해는 791(49.9%)건에 달했다.


베란다 분진과 차량 그을음 등 물적 피해는 586건이었으며, 악취와 영업 보상을 요구하는 신고는 206건으로 집계됐다.


광산구는 오는 28일까지 금호타이어와 전날부터 송정보건지소 1층에서 화재 피해 접수를 계속 받고 있어 피해 주민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주민은 어룡동 3만3,300여명, 송정1·2동 1만5,000여명, 도산·신흥동 1만8,000여명 등 총 6만7,000여명으로 화재 피해 직·간접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광주 광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피해보상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며 "보상의 범위와 절차 등 금호타이어의 전반적인 지침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화재가 완전히 진압됐긴 했지만, 소방 활동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직 피해 규모를 산출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화재 원인 조사와 피해 규모 등을 파악 후 법적인 절차에 따라 피해를 본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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