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미경]대선서도 '뜨거운 감자'…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쟁점은

시장규모 2500억달러 근접…3년 후 2조달러 전망
새 결제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 부작용 방어는 어떻게
'원화 기반' 시장 질서 유지vs활성화 딜레마 돌파 주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조성해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스테이블코인 시장 자금의 불법적인 유통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스테이블코인' 이슈가 급부상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나, 국내에선 아직 제대로 된 법적·제도적 기반이 정비되지 않은 실정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새 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부작용 방어 방안과 함께,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고려해야 할 문제와 활성화 대책을 법제화 첫 설계부터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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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2500억달러, 새로운 결제 수단 급부상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금과 같은 특정 자산 가격에 가치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을 뜻한다. 달러와 일대일로 가치를 연동시키는 테더(USDT)와 서클(USDC) 등이 대표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은 대부분 미국 국채로 구성돼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미국 국채 수요도 늘게 되는 구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힘을 싣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의 전략 자산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금지와 함께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활성화 및 국제 결제 수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드라이브에 힘입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첫 번째 스테이블코인(BitUSD)이 출시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한 후 현재 2500억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 1·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와 서클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3월 말 기준 1283억달러로 한국의 보유 규모(1258억달러)를 넘어섰다. 스탠다드차타드는 3년 후인 2028년에 시장 규모가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산하고 있다. 테더로 충전한 후 비자카드 망을 이용해 국내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선불카드가 이미 사용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환전소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새 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 부작용 방어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쟁점은 새 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 자체를 국내에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것이다. 국내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산 시 지적되는 대표적인 문제는 원화 결제 비중 감소에 따른 통화 주권 침해, 통화정책 유효성 저해다. 은행의 신용 중개 기능 약화와 국채 시장 교란, 환율 상승, 자본 유출, '코인런'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대량의 국채가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로 묶여 있는 경우 국채 시장 유동성 및 심도를 저해할 수 있고, 청산 요청 급증 시 국채 강제 매각 등에 따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이될 수 있다"며 "신용중개 약화 및 시장 교란으로 인해 신용·금리 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인협회 책임연구위원 역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자본 이동성과 탈중앙화 구조는 위기 발생 시 대규모 자본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 결정 메커니즘에도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240만개 발행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고 코스피 지수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을 우회해 결제와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발 빠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USDT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우리나라 자본·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관련 규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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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기반' 시장 질서 유지vs활성화 딜레마 돌파는

두 번째 쟁점은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문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용 전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 외환관리법과의 조화 등을 고려한 체계적인 법제화, 가치 손실 위험 최소화를 통한 투자자 보호 등이 촘촘히 이뤄져야 하는 한편, 최소한 이미 시장에 안착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큼 사용하기 편리하고 접근이 용이하도록 해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위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2017년 '가상통화 정부 긴급대책' 수립 이후 최소한의 입법만이 이뤄졌을 뿐이다. 지난해 4월 이용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1단계 입법이 시행된 후 현재는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목표로 2단계 입법이 추진 중이다. 민주당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준비금을 최소 50억원 이상 갖추고,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법제화 설계부터 관계 기관과 시장 참여자 등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도 실질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 등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긍정적인 면을 진흥하는 동시에 통화·금융제도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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