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미국 사업장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경제지 등을 종합하면 만프레트 되스 폭스바겐그룹 법률담당 이사는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미국 내 계열사와 자회사를 그룹의 DEI 지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해마다 여성 관리직 비율 등을 토대로 DEI 지수를 산정해 경영진 상여금 등에 반영한다. 지난해 여성 관리직 비율은 19.9%로 목표치 19%를 초과했다. 올해는 그룹 전체 목표치를 20.2%로 올려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의 DEI 정책을 종료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는 각국 주재 대사관에 이메일을 보내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외국 업체에도 이 행정명령이 적용된다고 압박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정부로부터 자회사의 DEI 정책과 관련한 정보제공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지난달부터 부과된 자동차 품목관세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현지 투자 등을 직접 협상 중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계열사 아우디 차량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기업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DEI 정책을 폐지한 사실이 알려진 건 폭스바겐이 세 번째다. 앞서 독일 통신업체 도이체텔레콤의 해외사업 자회사 T모바일과 업무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여성할당제 등 DEI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T모바일은 미국 3대 통신사 중 하나다. SAP는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미국에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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