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대 공항인 마드리드 국제공항이 노숙자들로 들끓고 있다. 이들은 나날이 심화하는 스페인의 주택 문제 때문에 갈 곳을 잃어 공항을 임시 거처로 삼았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노숙자 위기 발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이 중 테레사(가명·54)라는 여성은 지난 6개월 동안 마드리드 국제공항 4번 터미널에서 살고 있다. AP는 "스페인의 주택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마드리드 공항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며 "스페인에서는 특히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에서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테레사와 같은 이들은 바닥에 침낭을 펼치고 담요, 짐 카트, 가방을 둔 채 공항 구석에서 살고 있다. 스페인 현지 매체 '엘 문도'는 "이제 노숙자들을 공항의 모든 층, 모든 구석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노숙자들은 낮에는 일용직 노동을 한 뒤, 밤에는 술에 취해 공항 바닥에서 잠드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술에 취한 이들은 잠든 자리에서 소변을 보기까지 해 공항 바닥 곳곳에 오줌 웅덩이를 만들기도 한다. 또 빈대 등 벌레가 들끓어 공항 직원들이 물리면서 관리 당국은 해충 퇴치 전문 업체를 불러 대대적인 소독 작업을 실시했다. 노숙자 집단 내에서 마약과 매춘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노숙자가 늘어나자 스페인 공항 운영사 AENA는 지난 14일 마드리드 공항 출입자를 제한하기 위해 방문객에게 탑승권을 제시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AENA는 이 정책이 며칠 안에 시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확한 시행 시기와 구체적인 출입 제한 시간대는 밝히지 않았다. 단 공항 직원과 여행객 동반자는 예외로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웹사이트 아이디얼리스타(Idealist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스페인의 평균 임대료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상승 폭은 더욱 가파르다. 또 스페인은 다른 많은 유럽 연합(EU) 국가들보다 공공 주택 재고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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