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사전 홍보전에 나서자, 서울시가 경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자사 준공 단지를 둘러보게 하는 일명 '버스투어'도 사전 홍보 금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초 압구정2구역 조합과 양사 책임자들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양사의 홍보 과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공정한 경쟁을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는 강남구에도 공문을 통해 개별 홍보 특별 단속을 주문했다. 강남구는 압구정2구역 정비사업 공공지원자로서, 사전홍보 금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압구정 2구역은 최고 부촌인 압구정에서 나온 첫 정비사업지인 만큼 시공능력평가 순위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탐내고 있는 사업장이다. 총 사업비는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정비사업 수주를 노리는 시공사들은 입찰 전부터 일찌감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합은 다음 달 18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9월 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홍보전이 뜨겁다. 삼성물산은 이달 초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압구정 S.라운지'를 열어 브랜드 홍보와 단지 모형도·설계 개요, 미래비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조합원 등 사전 등록한 방문객들만 입장할 수 있다.
현대건설도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디에이치 갤러리에서 조합원들에게 신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상표권을 출원하고 브랜드와 역사성을 강조하며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양사는 조합원을 상대로 자사의 준공된 재건축 사업장을 보여주는 투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준공된 사업장을 보여주면서 정비사업 후 변화된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서울시와 강남구는 이 같은 행위가 관련 가이드라인에 벗어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입찰 공고 전 이뤄지는 조합원 대상 투어 활동도 '개별 홍보'라는 것이다. 일부 조합의 경우 시공사 홍보 지침 및 준수 서약서 항목에 '홍보요원 등 직원을 대동해 상설주택전시관·준공단지, 타단지 모델하우스 등 방문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15조에서는 '건설업자, 홍보 용역업체 임직원 등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 홍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10조에서는 '개별 홍보, 사은품 제공 등 행위가 1회 이상 적발된 경우 입찰 참가 무효'라는 제재 조항도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를 보는 것이 준공단지 투어인데 시공사들이 경쟁하듯이 조합원 투어 등을 진행하는 것은 자제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양사 혹은 건설업계는 이 기준을 벗어나지 않은 홍보 행위로 보고 있다. 현행 시공사 선정 기준에서는 개별 홍보 금지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통상 조합의 시공사 선정 공고가 나온 이후부터 건설사들에 홍보 지침 준수 서약서 등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공고 전 투어 활동을 막을 규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기준에서 금지하는 개별홍보 금지는 적어도 입찰공고 이후 발생하는 의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는 버스투어 등 개별 홍보 행위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강남구는 지난해 9월 압구정 2~5구역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8개 건설사와 불공정 과열 방지·정비사업 수주문화 선진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시에서 받은 법률자문 내용에서도 1차 공고 전에 홍보활동을 하는 것도 사전 홍보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관련해서 기준을 만들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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