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기체분리막 솔루션 전문기업 에어레인 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고객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설비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탄소포집 및 활용(CCUS)과 수소 생산 등도 구체적인 성과가 더해지면서 성장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레인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억원, 1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4%, 106% 늘었다.
올해 2월부터 신규 생산라인은 본격 가동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 성능 향상에 따라 고객 신뢰가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제조 공급망 재편에 따라 부품 제조국 확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비롯해 고기능 기체분리막이 요구되는 산업에서 질소발생기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에어레인 하성용 대표는 "에너지 자원 개발 확대에 따라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질소발생기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국내에서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 법률이 시행되면서 관련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바이오가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바이오가스 개발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더 높은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가스뿐만 아니라 수소·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신규 산업군에서도 성장 기회가 찾아왔다. 윤재성 한국투자증 연구원은 "13일 미국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세입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를 통해 제시한 세제 개편안 초안에서 AMPC(45X), PTC(45Y), ITC(45E)는 일몰 시점이 앞당겨졌다"면서도 "탄소포집과 관련된 세액공제 45Q는 기존 대비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가 축소되는 가운데 45Q가 유지되는 것은 탄소포집에 대한 공화당의 우호적인 입장을 암시한다"며 "공화당의 탄소포집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탄소포집이 전력 수요 급증과 미국 원유/가스 생산량 확대, 에너지 수출을 위한 핵심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소포집은 미국의 에너지 전략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탄소를 광구에 주입해 생산량을 증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2027~2028년 하이퍼스케일러향 가스발전소 건설을 진행하면서 탄소포집 기술이 핵심이라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서 탄소포집 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EU는 올해 말까지 CBAM 전환 기간을 운영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한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등 고탄소 산업 제품에 대해 유럽 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포스코는 LG화학과 함께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활용해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기로 했다.
에어레인은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진행한 끝에 연소 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기체분리막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시스템은 흡수법이나 흡착법을 이용한 포집 설비보다 공간을 훨씬 덜 사용한다. 공간 확보가 어려운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 공장, 시멘트 공장에서 기존에 설치된 구조물의 배치를 변경하지 않고 신규 포집 시스템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에어레인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두산퓨얼셀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인산형 연료전지(PAFC)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포집하는 데 성공했다.
에어레인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화해 신선식품 유통업체, 홈쇼핑업체, 조선업체 등에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이산화탄소 포집 시스템을 공급해 운영하고 있다.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 공장 등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업체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에어레인은 바이오가스 고질화 및 이산화탄소 포집 분야의 시스템 매출이 2027년에는 2023년 대비 약 25배 이상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사로부터 견적서 제출 요구에 따른 견적서 제출 단계이거나 견적서 제출 완료 이후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매출을 추정했다. 회사 측은 수요 충족으로 인해 진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다만 고객사의 영업환경 변화 또는 구체적 사업 진행과정에 대한 이견 발생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프로젝트의 진행 가능성은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레인은 2026년과 2027년 예상 매출에 포함한 3개 프로젝트 이외에도 5개의 추가 프로젝트 진행을 검토하고 있으나 추정매출에서는 제외했다.
에어레인은 기체분리막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강점과 실증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는 추가 실증 사업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 뒤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장이 성장하면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 대표는 "기체분리막 기술을 활용한 CO₂ 포집의 실효성을 검증한 중요한 성과"라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혁신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하여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어레인은 지난해 11월8일 공모가 2만30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성장성을 입증하면서 공모가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00대 1의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반으로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을 24.3% 초과한 2만3000원으로 확정했다"며 "1개월 보호예수 해제 물량 19.59%를 비롯해 3개월(0.45%) 해제 물량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방 시장의 수요 급증에 따른 실적 고성장세에 주목해야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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