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쌀값이 1년 새 2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쌀 도난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1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이바라키현 경찰에는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농가 창고 등을 중심으로 피해 규모 총 4.5t에 달하는 14건의 쌀 도난 사건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생 건수 25건의 절반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바라키현의 한 남성은 자택 부근 쌀 창고에 보관해온 약 30㎏짜리 14포대의 현미가 사라진 것을 지난달 19일 알게 됐다. 그는 "가족이 1년 반을 먹을 양의 쌀을 감쪽같이 갖고 갔다"며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 남성이 사는 벼농사 지역에서는 4가구가 더 쌀을 도둑맞았다. 이바라키현 경찰은 팔아넘길 목적의 도난 사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이외에도 오카야마현에서는 올해 들어 최소 5건의 쌀 도난 피해가 발생, 약 2t가량의 쌀이 사라졌다. 니가타현에서도 올해 2월 이후 총 4건의 쌀 도난 피해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쌀 도난 피해 건수와 같다.
이미 범인이 잡힌 경우도 있다. 나라현에서는 지난 1일 255만엔(약 2460만원) 상당의 현미 132포대를 훔친 혐의로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판매 목적으로 쌀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에서도 지난 3월 쌀 창고에서 현미 2포대, 60㎏을 훔친 남성이 체포됐다. 피해를 본 농가는 절도 피해가 잇따르자 쌀 포대에 위치 추적 장치를 숨겨둬 추적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께부터 쌀값이 꾸준히 올라 정부가 올해 3월부터는 비축미까지 반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쌀값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본 전국 슈퍼에서 판매된 쌀 소매가는 5㎏에 4214엔(약 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18주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쌀값 폭등이 이어지자 일본은 최근 한국 쌀을 수입하기도 했다. 한국 쌀이 일본에 정식 수입된 건 1990년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수출 통계를 시작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2011년께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구호용 쌀을 일본에 보낸 것을 제외하면 판매용 수출은 여태까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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