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줄세우기 입시 틀 바꿔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10대 대선 공약' 제안
14일 서면 인터뷰
"지나친 입시 경쟁, 서울 교육 성과 무력화
…'수능 절대평가'로 과도한 경쟁 완화"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문제풀이식 교육, 줄세우기 입시 교육의 틀에 가둬둘 수는 없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의 현 대입제도는 객관식의 표준화 시험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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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 교육감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10대 교육 과제를 각 정당에 제안·전달했다. 대입제도 개선, 교원 정원 감축률 제한,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 등이 핵심이다.


정 교육감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학령인구 감소,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대한민국 미래 교육을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주요 정책이 공약에 반영되기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대입제도와 관련해,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안이다.

정 교육감은 상대평가 방식의 현 대입제도가 과열 경쟁과 과도한 사교육 및 N수생을 낳는다면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국내 초중고 사교육비는 2020년 19조3532억원에서 2021년 23조4158억원, 2022년 25조9538억원, 2023년 27조1144억원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문제풀이식 수능에 이처럼 과도한 사교육비를 쏟는 것은 문제라는 게 정 교육감 생각이다.


정 교육감은 "입시 현실에서 '고교 교육의 정상화'와 '변별력 확보'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수능 중심의 현 대입제도는 변별을 위해 객관식의 표준화 시험의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잘해도 남들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혀야 하는 입시 경쟁은 역량 중심의 협력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서울 교육의 성과를 무력하게 한다"면서 "조기 선행학습,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문제풀이식 반복 학습, 교육 양극화 심화 등의 사회 문제도 양산한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수능과 내신 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학생의 성장에 중점을 둔 교육으로 나아가는 한 가지 방향이 될 수 있다"면서 "절대평가 전환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이 '남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경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입제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지난 3월 대책 TF를 꾸렸다.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늘봄학교 활성화, 입시 체제형 사교육 수요 흡수 등으로 세부 방안 짜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 교육감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 문제를 차기 정부서 다뤄야 할 주요 과제로 봤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에선 난독, 난산, 경계선 지능 등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기초학력 문제를 심층적으로 진단, 분석하고 요인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있다.


정 교육감은 "교육 양극화는 공동체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기초학력 보장은 학생의 기본 권리로, 정부가 책무를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교육청 차원에서 학습진단성장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적·물적 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으로 한계가 있어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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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육감은 이외에도 10대 교육 정책 제안에 교원 산정 방식 재설계,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교권 보호 강화, 지방재정교부금 유지, 노후학교 시설 개선 등도 포함했다. 정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원정원 증원, 대입제도 등은 국가 차원서 결정돼 시·도 교육청에 영향을 준다"면서 "새 정부와 서울교육이 함께 협력해 가는 교육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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