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개선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예타에서 '경제성' 평가 비중이 수도권만 과도하게 높아 되레 지역 불균형과 역차별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에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자체 조사를 통해 현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찾아 세부 개편안을 제안하겠다는 얘기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이같은 취지를 담은 '수도권 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개선방안' 논의에 나섰다.
예타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도로와 철도 등 재정 사업에 대해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1999년 재정투자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도입된 후 국가재정 건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평가 항목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2019년 개편 후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업의 평가 항목과 비중을 이원화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문제는 수도권 사업에서 지역균형발전 분야를 보지 않고 경제성 평가 비중을 최대 70%까지 올린 데 있다. 서울 내 저개발 지역의 지역균형발전 효과 등의 항목이 반영되지 않아 경제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예타 통과가 어렵게 된 셈이다.
서울 관내를 통과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과 철도 접근성이 열악한 구간에 조성 예정이던 '강북횡단선'이 지난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던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 내 수요가 부족한 낙후지역의 경우 예타 통과가 더욱 어렵고 서울 내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강남과 강북 간 지역내총생산 및 사업체 분포 등의 경제적 불균형까지 가속화하고 있다. 상업지역이 도심권과 동남권에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측면에서 철도시설이 강남권에 집중됨에 따라 지역 간 교통 격차가 심화하고 있으며 지역별 통근 소요 시간에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개편된 예타 제도가 심화시킨 수도권 내 불균형 사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경기, 인천 및 수도권 인접지역 간의 불균형 발전의 실태와 재정투자사업 진행 현황과 문제점 등이 모두 대상이다. 수도권 내 재정투자사업의 예타를 통과했거나 탈락했던 사례들도 점검한다. 특히 균형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를 집중 분석해 개선안의 골자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경제성 평가 기준을 낮추고 평가 항목을 새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지역 '경제성' 평가 비중을 현 60~70%에서 50~60%로 하향하고 '정책성' 평가 비중을 30~40%에서 40~50%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경제성'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는 수도권 사업 특성상 정책성 비중이 늘어나면 종합평가 점수가 높아져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정부에 건의한 바 있는 평가 항목 개편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시는 경제성 평가시 반영되는 편익 가운데 '혼잡도 완화'를 신규로 추가하고 기존 편익 중 '통행시간 절감'은 재평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의 (예타) 시스템으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은 불균형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문제점을 찾아내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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