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2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등 마감했다. 벼랑 끝 관세 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낮추기로 깜짝 합의한 뒤 양국 간 무역 긴장 완화로 미 경제가 불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며 랠리가 펼쳐졌다. 미 주식시장 대표지수인 S&P500지수는 올해 손실폭을 거의 만회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미 국채 금리는 급등세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0.72포인트(2.81%) 오른 4만2410.1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84.28포인트(3.26%) 뛴 5844.1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79.43포인트(4.35%) 치솟은 1만8708.34에 거래를 마쳤다. 관세 여파로 올 들어 지지부진했던 S&P500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 종가(5868.55) 회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미·중 양국은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공식 무역 협상을 한 후 이날 상호관세율을 동일하게 115%포인트씩 내린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에서 30%,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낮아진다. 관세 인하 결정은 일단 90일간 적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관세율을 세 자릿수까지 올리며 치킨게임 양상의 무역 전쟁을 펼쳐 온 미·중이 첫 협상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도출하면서 향후 추가 합의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주 훌륭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번 거래의 가장 좋은 부분은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동의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비금전적(비관세) (무역) 장벽을 중단하고 철폐하기로 했다"며 "그들은 중국을, 그것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에도, 우리에게도 굉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중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며 "이번 주말께 시 주석과 통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중 무역 협상에 참여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주 안에 중국 대표단과 다시 만나 더 큰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8일 영국과의 무역 합의에 이어 중국과도 첫 무역 협상에서 관세율 대폭 인하란 성과를 도출하면서 글로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관세 전쟁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유예한 90일 이내에 실질적인 무역 합의가 잇달아 체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번지고 있다.
KKM 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중국과의 무역 관세 협상 진전 속도에 놀라면서 시장이 랠리를 펼쳤다"고 진단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 부흐빈더 최고 주식 전략가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이렇게 낮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무역 협상이 아니라 긴장 완화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단서를 달았다.
시장은 이번 주 미·중 관세 협상 결과를 소화하면서 물가, 소비 지표도 주목할 전망이다. 13일에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4일에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차례로 발표된다. 하루 뒤인 오는 15일에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매판매 지표가 공개된다. 관세로 가계·기업 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과 소매판매 지표에 관세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했는지가 관건이다.
종목별로는 미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6.57% 급등했다. 베스트바이는 전자제품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55%에 달한다. 미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은 4.85%, 홈디포는 3.83% 뛰었다. 아마존은 8.07% 치솟았고 애플과 테슬라는 각각 6.31%, 6.75% 올랐다.
달러 가치는 오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1.41% 오른 101.58을 기록 중이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은 내리고 채권 금리는 상승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bp(1bp=0.01%포인트) 뛴 4.47%,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11bp 상승한 4.0%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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